유비쿼터스(Ubiquitous) 개념이 확산하면서 콘텐츠업계는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의 핵심에 바로 ‘콘텐츠’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어느날을 가정해봤다.
직장인 손승우씨(28)는 아침에 일어나 리모콘을 찾았다. 오늘부터 전세계에 동시 서비스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침대에서 영화를 감상한 그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냉장고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잠시 중단한 영화를 불러와 보기 시작했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동안에도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통해 나머지 부분을 불러와 감상했다. 영화를 재밌게 본 손씨는 영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퇴근 후 집에서 게임기로 즐기기 위해서다.
머지않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얘기다. 디지털콘텐츠 유통·서비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리서치기관인 마인드브랜치아시아퍼시픽에 따르면 올해 콘텐츠관리시스템(CMS)·디지털저작권관리(DRM)·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의 시장규모는 55억800만달러에서 2년 후인 2008년 두배에 육박하는 102억59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다.
콘텐츠의 유통 및 서비스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과금기술 △보호기술 △정보인식 △융합기술 등 크게 4가지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이들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디지털콘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금기술은 이미 보편화한 것으로 국내에서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는 유·무선 전화결제가 적합한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화결제는 한때 유행했던 전자화폐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일회용 승인번호를 이용해 결제가 이뤄져 신용카드에 비해 번거로움이 적으며 소액 결제에도 적절해 보급이 계속 확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확신하고 있다.
보호기술은 디지털저작권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를 중심으로 쾌속 성장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과거 분야별로 구별이 됐었으나 최근 들어 통합 DRM솔루션 수요 증가와 함께 다양한 기술을 통합한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업체로는 해외에서는 인터트러스트·마이크로소프트·IBM 등이 3강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디지캡·마크애니·잉카엔트웍스 등이 인터넷 기반 콘텐츠 보호 및 모바일 콘텐츠 보호, 문서보안 및 출력물 위변조 방지 등의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특허를 갖고 있지 않으며 표준 제안 실적도 미미해 향후 시장이 확산할 경우 기술 로열티 지출이 불가피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보인식기술은 지능형 단말기 출현과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멀티모달인터페이스를 들 수 있다. 이는 인간과 기계의 통신을 위해 키보드·펜 뿐만 아니라 음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국제 웹표준화기구인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는 멀티모달인터랙션 워킹그룹을 만들어 표준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콘텐츠의 질적 성장과 함께 융합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CMS가 포털 및 서치엔진과 통합되고 있다. 포털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CMS를 활용하게 된 것이다. CMS는 보안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색엔진이 소스시스템의 인증된 메커니즘을 통해 검색요구를 찾고 있다.
정현철 문화콘텐츠진흥원 CT기술센터장은 “디지털콘텐츠는 불법복제 등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업발전에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콘텐츠 개발 뿐만 아니라 과금, 보호, 융합 등 유통기술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및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콘텐츠의 올바른 유통과 서비스를 위한 정보검색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술은 온톨로지. 검색엔진이 온톨로지에 정의된 개념과 규칙을 활용해 사용자 질의의 의미를 분석하여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다.
김성혁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콘텐츠가 형태 및 사용 도구 등이 너무나 다양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키워드 검색이 것이 아닌 의미를 바탕으로 원하는 것만을 골라주는 온톨로지 기술이 오는 2010년 5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태민 인텔리전스웨어 CTO도 “콘텐츠의 개발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콘텐츠 유통·서비스의 떠오르는 시장 DRM>
“미국과 유럽·한국·일본 등지에서 초기 DRM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DRM전문 콘퍼런스인 ‘DRM스트래티지스’의 의장을 맡고 있는 자이언트스텝사의 빌 로즌브라트 사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전세계 DRM시장은 ‘폭풍전야’다. 특히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무섭다. 소니와 필립스는 합작사인 피델리오 어큐지션을 설립, 세계 최초의 DRM 프레임워크인 메타트러스트 유틸리티 1.0을 개발한 인터트러스트를 인수했다. 인터트러스트는 현재 30여개의 DRM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마이크로소프트는 2004년 4월 인터트러스트에 4억4000만달러를 지불하고 디지털 저작권 관리 및 디지털 정보관리에 관한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타임워너와 함께 DRM 기술기업인 콘텐츠가드의 실질적인 소유권을 매입, DRM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IBM도 DRM시장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상태. 2003년 디지털 홈 환경의 디지털콘텐츠 보호 기술로 xCP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콘텐츠의 이동과 편집할 수 있도록 버츄얼머신 개념을 도입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은 이 기술을 미들웨어 전제품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DRM 시스템이 고객 중심의 연예오락 산업과 미디어 산업을 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포함하는 임베디드 형태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바일 DRM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 시장은 우리나라의 강세가 예상된다. 현재 SK텔레콤·KTF 등이 이미 OMADRM 2.0 기반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 등이 도입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 DRM이 강세를 띠고 있는 반면 유럽은 우리나라와 같은 OMADRM 2.0이 힘을 받고 있다.
모바일 DRM 분야는 2010년 전후로 모든 모바일 기기를 위한 종합적이고 상품화된 보안 아키텍쳐가 인프라의 핵심부분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올 정도다. 이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디지털콘텐츠 소비를 위해 고객에 불편 없도록 하면서 콘텐츠 저작권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는 두 개의 목표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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