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 육성, 인프라에 초점을

 정세균 신임 산업자원부 장관과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잇달아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정 장관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견 스타 기업을 육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분된 산업구조를 항아리형 3분 구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 중기특위 위원장 역시 혁신형 중소기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산자부 장관과 중기특위 위원장의 연이은 발언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부품소재 산업을 근간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밑그림은 사실 DJ정부 시절 시작됐다. 세계 제조창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저임금의 중국 제조업과 가격경쟁을 피해 대기업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 첨단분야로 전환하고, 부품소재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조달케 하는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국가 산업구조 재편을 목표로 한 부품소재 산업 육성과 중소·중견기업 육성전략은 참여정부의 중점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참여정부의 산업 새틀 짜기는 지난 3년간 기대 이상의 결실을 거두었다. 대기업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반도체 외에 휴대폰과 LCD가 고부가 주력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이들 산업은 선진국들의 치열한 견제 속에서도 세계 일등으로 발돋움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부품소재 중소기업도 괄목하리만치 동반성장에 성공했다. 휴대폰과 LCD 분야의 부품소재·장비 기업들 중에서는 기술력이나 품질력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곳이 상당수다. 특히 황무지나 다름없던 시스템반도체의 폭발적 성장은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올 초에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를 육성하겠다며 새 청사진을 내놓기까지 했다.

 참여정부 임기 2년을 앞두고 레임덕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취임한 산자부 장관과 중기특위 위원장이 다시 한 번 정부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은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큰 틀은 상당부분 완성된만큼 이제는 좀더 세세한 기업밀착형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지난 3년간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시행착오나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개발 억제로 반도체와 LCD산업의 투자가 상당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스타가 탄생했지만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한 사례는 드물다. 기존 중견기업들의 활약 또한 미진하다. 중견기업의 스타 산실이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 중핵기업은 명단조차 쉬쉬하며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중견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밖에 없는 것 같다. 정부 정책에도 중견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편가르기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으로 상호 협력에는 큰 진전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 편에 국한돼 있다. 협력사 편가르기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날개를 꺾는 요인이다. 자금지원이 정책자금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도 여전하다. 심지어 정책자금 대출에서도 정부의 말과는 달리 신용대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소업계의 불만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젖줄인 자금을 다루는 금융 분야의 질적 개선이 절실한 때다. 금융계에서는 담보없는 신용대출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뛴다. 정책자금 위주의 자금지원 정책의 후유증 중 하나다. 정책자금은 은행이 독자적으로 감시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자부 장관과 중기특위 위원장은 정책을 통한 직접 지원과 육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자가발전할 수 있도록 주변 인프라 개선과 조성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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