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년 전 우리 경제의 숙제였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지식정보산업을 앞당기는 역할’을 자임하고 설립된 단체가 벤처기업협회였다.
돌이켜보면, 국내 벤처인들은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벤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90년대 전후만 해도 당시 벤처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사막에 나무심기나 다름이 없었다.
전통 제조업에는 설비를 담보로 융자라도 가능했지만, 연구 중심의 벤처기업은 아무런 담보 거리가 없다 보니 금융권의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투자기관은 있었으나 평가 방법이 마련되지 않고 회수시장조차 불분명해 투자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우수한 인재는 대부분 대기업 아니면 교수직으로 몰려가다 보니 전망이 불투명한 기술계 벤처기업은 고급인력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희망사항이었다. 시장에서도 애써 만든 우리 기술의 우리 제품을 외면하는 환경이어서 벤처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초창기 벤처인들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제도 마련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런 노력이 열매를 맺기 시작해 1996년에는 코스닥시장이 문을 열었고, 1997년에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이후 2004년 말 벤처활성화정책이 나오기까지 벤처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관련법이 만들어졌다. 우리의 벤처 인프라를 위해 지금도 진화중인 많은 벤처 정책은 외국에서 벤치마킹을 해갈 수준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벤처에 대한 기대에 따라 부처·업종·지자체별로 벤처기업협회, 또는 연합회가 독자적으로 설립돼 지금은 40개 이상의 단체로 분산되어 열심히 활동중이다. 기관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성장동력의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벤처기업협회는 개별 업종벤처나 지역벤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벤처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 발표된 활성화 정책의 10대 어젠다 하나하나가 전체 생태계를 위한 활동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벤처가 확산시대를 열어가야만 한다. 글로벌화, 지방화, 산업별, 신규창업, 융합을 통한 확대 재생산된 확산의 결과를 국가와 국민에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다소 회복된 코스닥 시장 주가도 영업성과와 성장성에 따라서 천차만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이룬 성과에 따라서 객관적인 시장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될 몫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벤처 확산시대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분산돼 있는 각각의 벤처 관련 단체의 집약된 조직과 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벤처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성장통의 기억이 있다. 여기서 익힌 문제의 경험치를 가지고 실패를 최소화해 1인당 소득 2만달러,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지식강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벤처단체가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따라서 힘을 합해야만 한다.
벤처인의 중지(衆智)를 모으는 일에 벤처기업협회가 앞장서서 미래성장형 기업그룹으로 확산시켜나갈 예정이다. 벤처기업인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끝없는 도전과 확산을 해나감으로써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을 키워드리려고 한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hjcho@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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