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협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라](상)다가온 글로벌 기술협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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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사회에서 기술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각국은 자체 기술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국 기술의 사업화 확대를 위해 양자·다자간 국제 기술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퇴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술분야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보다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 협력 현황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기술분야 국제 협력의 중요성과 큰 방향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이후 세계 경제의 통합이 급속히 진전되면서 경쟁기업간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이종 기술·산업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식과 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품 교역이나 제품의 수·출입 이외에 무형 기술의 교류와 이전도 활발하다.

기술분야 국제협력은 새로운 시장과 신산업을 창출하고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으로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기술의 아웃소싱을 통한 원천기술 확보, 우수 해외기술인력 활용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도 앞다투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체 기술개발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국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양자·다자간 국제기술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기술재단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 가운데 영국은 50%, 독일과 스웨덴은 25%, 미국은 10%를 국제공동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IT 기반의 기술강국을 자부하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2004년 기준 과기·산자·정통 3개 부처의 국제기술협력 예산은 785억원으로 전체 R&D예산의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개발 국제화는 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중소벤처의 기술중심 해외 진출은 기술협력 상담회 등 단기성 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연구소설립도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산업기술재단 이제훈 협력기반팀장은 “국내 기술의 혁신과 국제적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핵심기술보유국과 전략적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발도상국과도 시장개척 차원의 기술협력 채널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독일·러시아 등 첨단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은 자국 보유 기술의 이전과 사업화에 초점을 맞춘 국제 기술협력을 추진중이다. 이스라엘이나 핀란드·네덜란드 등 강소국가는 자국 기술의 강점을 살리면서 다양한 신규 시장 진출 기회를 잡는 쪽으로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대만 등은 선진 기술의 도입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또 우수 연구인력의 해외진출과 영입 차원에서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기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코트라는 75개국에 103개 무역관을, 무역협회는 4개지부, 중진공은 4개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 기술 중심의 지원사업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다. 기술분야로 특화돼 국제협력을 총괄할 수 있는 기반체제와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다른 선진국들로부터 잠재적 경쟁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 기피 경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성훈 강원대 교수는 “우리는 선진국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매우 낮고, 기술개발의 역사도 짧아 선진국과의 협력없이 독자적인 힘만으로 과학기술을 선진화 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EU·미국 등 주요 기술선진국과의 기술협력 체결 등 보다 전략적인 방식을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은 계속 거대화되는 추세다. 전세계 기술의 급속한 진화 속도에 맞는 우리의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 규제와 유해물질 사용 규제 등 환경 규제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제 국제 기술협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이같은 국제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있다.

 

◆인터뷰-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은 “국제 기술협력이 첨단기술의 자체개발 한계를 극복하고, R&D 투자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리나라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첨단기술과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술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블럭화 확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일반화로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국가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 거센 만큼,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 중심으로 강점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전략적 기술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기술재단은 국제기술협력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영국과 공동 산업기술협력 기반 구축사업, 독일과 도이치 데스크 구축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펼치는 한편,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와 함께하는 한중 테크노마트 개최, 한중일 하이테크 비즈니스 포럼 등도 진행하고 있다.

 박 총장은 “한중 테크노마트나 한중일 하이테크 비즈니스 포럼은 우수한 기술은 가졌으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술 교류의 장”이라며 “지난해 한중일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한국기업은 103건, 890만달러의 수출입 상담 실적을 올리는 등 참여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분야 국제협력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기업들의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나 재단의 역할은 기업과 기업이 만나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기술 분야 국제 협력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박 총장의 설명이다. 또 국제협력은 며칠간의 논의로 완결될 수 없는 만큼 꾸준한 실천을 통해 국제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재단의 기술부문 국제협력 강화방안에 대해 박 총장은 “올해는 국내외 기술 유관 기관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며 “권역별 전략거점을 통해 기업들에게 실질적 지원을 함으로써 국제기술협력 중개의 인프라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단은 한중 테크노마트, 도이치데스크 구축과 같은 국제기술 협력 알선 사업을 강화하면서 외국 첨단 기술인력의 비자발급을 도와주는 골드카드 사업과 같이 국제협력 인력지원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주요국의 국제 기술협력 현황

주요 선진국들은 국제 기술협력에 보다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자국 기술경쟁력 수준을 먼저 진단하고 보완해야할 분야와 시장 확대가 가능한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쪽으로 큰 틀을 잡고 있다.

◇◇미국, 민간중심 다원화 강조= 미국은 국방 등 특정 연구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간 기업 주도로 기술개발과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차원의 국제 기술협력은 기초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기관 내 과학기술의 국제협력을 총괄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고 각 기관별로 다원화된 국제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학도 기술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 중심의 국제협력 사례로는 ‘미-중 과학정책·연구·교육 프로그램’, ‘미-일 화학정책 세미나’ 등이 있다.

 ◇영국, DTI 주도로 운영= 영국의 기술 국제협력은 무역산업부(DTI) 주도로 산하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이뤄진다. 영국은 과학기술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DTI내 과학기술청을 두고 있다. 정부 차원의 과학기술 연구교류와 기업 및 연구소에 대한 대외 교류 지원을 양대 축으로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 국제기과와의 공동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간 협정을 통한 양국 국제공동연구에도 적극적이다. 민간기업의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U,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 EU는 유럽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유럽을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면서 EU의 과학기술정책은 공식적인 유럽연합 국가의 산업과학 기술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EU는 회원국간 시장 공유로 개발 위험과 중복투자를 줄이면서 기술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처점을 맞추고 있다. EU 회원국간의 연구공동체인 ‘ERA’와 EU회원국 및 비회원국을 포함한 기업 주도의 유럽연구공동체 ‘EUREKA’ 등이 대표적인 활동 기구다.

 ◇일본, 과기협력위를 통한 교류 강화= 일본은 전통적 과학기술 강국임을 자부하고 있다.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국제협력을 지휘·조정하면서 제반 과학기술의 국제협력 집행은 문부과학성(MEXT)가 담당한다. 일본은 자체의 기술혁신과 생산기술 향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기초 과학기술 분야와 독창적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극적인 국제 산업기술협력에 나서고 있다. 국제협력의 정책과 제도적 지원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고 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