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김우식號의 과제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을 총괄할 과기부총리 김우식 호(號)가 닻을 올렸다. 일단 시작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GS그룹의 사무실 및 차량 제공건 등 예기치 못했던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정작 본인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을 뿐이다.

 호된 신고식을 거친 김우식 호는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항속을 높이고 있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KIST 30주년 행사에 참석했고 과기관계장관회의, 대덕개발 특구 방문 등 바쁜 일정을 소화중이다. 16일 김 부총리가 처음 주재한 과기관계장관회의에는 각 부처 장·차관 대부분이 참석, 김 부총리 체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언론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이 펼칠 과학기술행정의 3대 기조로 과학기술의 대중화, 과학기술의 특성화 및 효율화, 과학기술의 세계화를 꼽았다. 김 부총리가 펼쳐 나갈 3대 정책 기조는 오명 전 부총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김 부총리가 연초 한 과기계 모임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언급한 것이나 과기부의 3대 정책기조에 자신의 철학이 녹아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과기 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우석 교수 같은 최고 과학자에게 매년 30억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랫동안 교육과 연구 현장을 지켜 온 김 부총리에게 거는 과학기술계의 기대는 높다. 황 교수 사태를 겪으면서 실추된 과학기술계의 명예를 되살려 주고, 차세대 성장엔진을 찾아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김 부총리가 재임 기간에 계속 붙들고 고민해야 할 정책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이제 막 뱃고동을 울리고 항해를 시작한 김우식 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김 부총리는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 등 과기계 현안을 풀기 위해선 과학의 대중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견임을 전제로 과학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대학입시에서 유리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과기부는 그동안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사이언스 코리아, 스페이스 코리아 등 정책을 내놓았고 차세대 과학교과서 제정·보급사업에도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정작 내세울 만한 실적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과기계는 과학기술의 대중화란 정책 기조가 한낱 구두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과학기술의 대중화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과학 대중화와 미래성장 동력을 연계하는 각종 정책적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과학 대중화와 미래 성장동력의 연결고리는 우수인재를 과기계에 많이 유인하는 것이다.

 제1기 과기부총리 출범 당시 표명했던 ‘선수(정부 각 부처)와 심판(과기부총리)론’도 총체적인 시각에서 점검하고 강화돼야 한다. 오명 전 부총리는 각 부서의 연구개발(R&D) 정책과 예산을 총괄기획·조정 관할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통신·방송 융합이나 문화 콘텐츠기술(CT) 등 과기계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자신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현안들은 정부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이기에 과기부총리에게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한다. 김 부총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초·원천기술 개발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사업 발굴을 성과 측면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기초·원천기술 개발 지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가 응응기술 쪽에 가깝다면 과기부는 기초·원천기술 쪽에 편중하고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우식 호가 앞으로 잔잔한 바다를 순항하게 될지 격랑에 휩쓸려 난항하게 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거친 격랑 앞에서도 방향타를 놓치지 않는 지혜와 정치력을 발휘해 주길 바랄 뿐이다.

◆장길수 경제과학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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