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기업들의 인수합병(M&A)용 자금조달형태가 현금 지불이나 주식교환방식에서 부채를 떠안고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8일 시스코,오라클, IBM과 같은 업체들의 M&A방식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인수 금액의 상당 부분을 부채를 통해 지불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IT 업계가 소형 벤처기업 수준을 넘어 안정적인 산업군을 형성한 것이라고 분석보도했다.
AWSJ은 그동안 부채를 얻어 M&A를 실시하는 것은 에너지같은 전통적이며 안정적인 산업 분야에서 주로 사용돼 온 것으로 IT 업계도 이제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부채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안정적이지 못한 기업에서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시스코는 지난해 11월 셋톱박스 업체 사이언티픽 애틀란타(SA)를 인수하면서 69억달러의 인수 대금 일부를 부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과거 기업 인수시 현금과 주식을 주로 사용했던 시스코로서는 부채를 이용한 인수가 처음이다. 시스코의 현금 보유고 및 단기 투자액은 130억달러가 넘는다. 그럼에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각국 현지법인 또는 지사가 세금 문제로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는 등 현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지난 2000년 23건의 인수합병을 단행했는데, 이때는 모두 주식을 이용했다. 당시 시스코 주가가 80달러까지 오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에 주식을 거래에 사용하는 일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현금과 주식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인터넷 거품이 사라지면서 시스코 주가는 2001년 11달러로 폭락했다.
시스코가 69억달러짜리 초대형 사이언티픽 애틀란타 인수에 현금과 주식을 사용하기는 특히 어려웠으리라는 분석이다. 시스코가 현금 또는 주식으로 사들인 과거의 인수합병 대상은 10억달러 미만의 소규모 신생 기업이었다.
이에 대해 시스코 관계자는 “기업 인수에 부채를 사용하는 것이 성장률 정체 또는 성숙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는 단지 실무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라클도 시벨시스템을 58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57억5000만달러를 사용했으며, 국방 장비 업체 L3커뮤니케이션스도 타이탄사를 인수할 때 9억9000만달러의 부채를 얻었다. IBM이나 HP 등도 이같은 방법을 사용한 바 있으며 이는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기술 기업들의 지난해 부채 발행은 16건, 금액으로는 98억달러에 이른다. 2000년에는 불과 5건, 51억달러 규모에 불과했다. 전체 산업 분야를 볼 때 부채를 이용한 인수합병은 2000년 25건, 110억달러였으며 지난해 82개 딜에서 290억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인수를 위해 부채를 지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펀드 매니지먼트 회사인 핌코의 마크 키셀 CFO는 “기술 기업들은 부채를 짐으로써 재무제표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질 뿐 아니라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더욱 취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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