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영구아트무비 SF기술연구소

Photo Image

 1977년 영화 ‘스타워즈’가 개봉하자 전세계 영화팬은 경악했다. 이후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 ‘반지의 제왕’에 이어 최근작인 ‘킹콩’까지. 할리우드 SF영화는 전세계 영화시장을 주름잡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우리에게도 할리우드를 뛰어넘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 영구아트무비가 있다.

 겨울바람이 매섭던 지난달 25일,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및 문화콘텐츠기술 학회 교수들과 함께 국산 SF영화 ‘디워(D-War)’의 마무리 제작에 한창인 서울 강서구 오곡동 소재 영구아트무비 SF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올림픽대로 끝단에서 부천 방향으로 진입한 후 다시 5분여를 가자 ‘산업자원부 지정 우수제조기술 연구센터’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비운의 괴수 ‘용가리’. 많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지금의 영구아트무비가 있게 한 상징적 존재임은 분명하다. 폐교를 개조해 만든 영구아트무비 건물에 들어서자 ‘영구’로 더 친숙한 심형래 감독이 우리를 반겨준다.

 대형 TV로 20분 분량의 ‘디워’ 티저무비를 보는 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낮 LA 시내 한복판에서 악한 이무기 ‘브라키’와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괴물이 미군 탱크 및 아파치 헬리콥터와 싸우는 장면은 할리우드 대작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 영상은 20% 정도 완성된 수준입니다. 촬영과 편집은 모두 마쳤지만 컴퓨터그래픽과 실사 간 괴리를 없애기 위해 색 보정 등 최종 편집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심형래 감독은 “‘반지의 제왕’이나 ‘킹콩’이 가상 공간이나 과거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디워’는 현존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므로 화면처리가 조금만 어색해도 금방 들통난다”고 설명했다.

 티저무비를 본 후 김민구 조감독의 안내로 스튜디오를 돌아봤다. 현재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은 5월을 목표로 1시간 분량이나 되는 컴퓨터그래픽 장면의 최종 보정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때문에 미술실과 기획실, 디자인실 등 프리프로덕션을 맡았던 부서는 한산했지만 시나리오와 캐스팅 과정, 등장 괴물의 초기 컨셉트 이미지 컷 등 수많은 기초자료를 보면서 ‘디워’라는 영화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갔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직원이 실제 탱크와 흡사한 미니 탱크를 필름에 담은 후 이를 LA 도심 속 장면과 합성해 실감나는 폭파 신을 보여줬다. 괴물 ‘불코’가 LA 시가의 건물 사이를 빠르게 날아가며 헬리콥터와 쫓고 쫓기는 장면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한 와이어를 통해 카메라를 고속으로 이동시키며 찍는 스파이더캠 기법이 사용됐다. 국내 최초다.

 이렇게 만든 화면은 렌더링실로 전달된다. 렌더링은 평면인 그림에 광원·위치·색상 등을 변화시켜 3D 그래픽을 더욱 현실감 있게 하는 중요한 작업. 영구아트무비의 렌더링 시설은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다. 용가리 시절 도입해 조금씩 용량을 확장해왔다. “용가리 때는 렌더링을 3월에 시작했는데 추석 때까지 안 끝났죠. 이제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심형래 감독의 말이다.

 스튜디오 밖의 재단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김민구 조감독은 “재단 신을 찍기 위해 10m 높이의 블루스크린을 둘러싸야 했는데 국내에는 없어서 가장 비슷한 옥스포드천을 동대문 시장에 주문생산해 사용했다”며 당시 어려움을 전했다. 그런데 재단 외에는 미니어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무기가 다 부숴버렸다”며 김민구 조감독이 웃었다.

 대신 픽사를 잡겠다며 기획한 3D 애니메이션 ‘황금성’의 정교한 미니어처를 봤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시작도 안 했지만 미니어처는 이미 2년여 전 완성했다. 색이 바래야만 자연스레 중세 마을의 질감이 나오기 때문에 미리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처음부터 남의 도움 없이 만들었기에 축적된 노하우다.

 “외국에 가보니 수많은 상품이 영화를 토대로 만들어지더군요. 영화 하나가 성공하면 4만여개 회사가 부가사업으로 먹고 삽니다. 로열티 주지 말고 직접 해야 합니다. 제가 영화를 하는 이유죠.”

 “설 특집 ‘코미디쇼 7080’ 연습장에서 후배 개그맨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심형래 감독과 세계 최고의 SF영화를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그와 함께하는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