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백남준과 과학

 끝없는 도발과 실험정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타계했다. 전세계 주요 매체들과 예술계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을 잃었다며 애도 일색이다.

 일반인들이 백남준이란 예술가의 존재감이나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의미를 짐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언론이나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는 작품 세계를 통해 그의 천재성과 발상의 기발함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TV부처’니 ‘TV브레이지어’니 하는 생소한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 무언가 둔중한 것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도발적인 예술 행위 때문에 예술계의 테러리스트라는 별칭도 얻었지만 독특한 예술관으로도 화제가 됐다.

 “원래 예술이란 사기다. 사기 중에도 아주 고등사기다.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이란 것에 주눅들고 한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로선 웬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지만 한평생 예술에 탐닉했던 그에게 예술이란 그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사기행위나 허위의식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예술이란 것의 정체를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이탈 또는 낯설게 하기’ 정도로 정의한다면 결국 예술도 사기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견해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밖에 없다.

 백남준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끊임없이 시도한 예술가이기도 했다. 아마 일반인들의 머리에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84년 신년 벽두 전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해 시도했던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을 것이다.

 백남준은 이를 통해 “발달된 과학기술이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비디오 아트에서 한 단계 발전해 백남준은 레이저 아트에도 심취했다. 레이저 광선을 예술적인 언어로 변환하고 이를 또 하나의 예술적인 장르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했던 그는 대담하게도 예술을 ‘사기’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는 과학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혹자는 과학계에도 권력이란 게 존재하고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허위는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100% 순도의 과학은 과연 가능할까.

 경제과학부·장길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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