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맨은 영원하다.’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보 출신들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등 IT현장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삼보컴퓨터 당시의 제품 마케팅과 기술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제조업종은 물론이고 유통, 심지어 글로벌 기업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장급만 20여명에 달하면서 최대 IT인력 풀로 HP·IBM·삼성전자와 버금가는 막강한 인맥으로 부상했다. 특히 법정관리에 따른 일련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삼보 출신들은 사장을 비롯한 직원급에서도 다른 기업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벤처는 ‘삼보 천하’=삼보컴퓨터 출신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역시 기술 기반의 벤처 분야. 불과 1∼2년 사이에 삼보 출신이 설립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삼보컴퓨터의 제품 개발담당 핵심 브레인이었던 정철 전 부회장. 정 부회장은 지난해 AV 주변기기를 주력으로 한 몬도시스템을 설립하고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LG텔레콤과 ‘원 타임 패스워드(OTP)’ 서비스 계약을 한 정보보호기업인 싸이클롭스. 이 회사를 맡고 있는 유재희 사장도 삼보 기획팀 임원을 지냈다.
1년 6개월 만에 전세계 20여개국에 네트워크 컴퓨터 기술을 수출한 엔컴퓨팅의 송영길 사장도 삼보 해외마케팅 출신. 송 사장은 해외 마케팅과 연구소를 거쳐 삼보의 미주법인인 e머신즈 부사장을 지냈다.
삼보 출신 인물 중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바로 밸크리텍의 공흥택 사장. 삼보에서 신사업을 주로 담당한 공 사장은 독립 후 밸크리텍을 설립해 이를 IBM·NCR 등 글로벌 기업에 맞먹는 POS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밖에 그래픽카드 등 주변기기 분야의 대표기업인 시그마컴의 주광현 사장도 삼보 연구소 출신이다.
◇글로벌 기업에도 속속 진출=토종 기업인 삼보의 마케팅 노하우를 글로벌 기업에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 대표를 새로 맡게 된 심종배 사장은 삼보 채널영업 출신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BMC의 박홍현 사장도 10년 가까이 삼보 마케팅을 맡은 전형적인 삼보맨. 삼보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박 사장은 삼보·SGI를 거쳐 지난 2003년부터 BMC에 합류했다.
국내 컬러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후지프린터스코리아의 황유천 사장도 삼보 공채 1기 출신이다. 황 사장은 본사에서 국내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지금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비즈니스까지 총괄하고 있다.
인텔과 함께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는 AMD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김재민 이사도 삼보컴퓨터 출신.
이 외에 삼보 출신들은 지난해 설립한 레노버코리아 등에 대거 영입되는 등 글로벌 PC업계에서도 그 나름의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탄탄한 유통 인맥=IT 유통 분야에서도 삼보 출신의 활약은 돋보인다.
대표 인물이 서대식 PC디렉트 사장. 서 사장은 삼보 구매팀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유통 기업을 설립해 연 매출 1000억원을 넘는 회사로 PC디렉트를 성장시켰다.
서버 유통기업인 테라텍의 공영삼 사장도 삼보에서 영업과 마케팅 팀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 태블릿 제품의 선두주자인 와콤디지털솔루션즈 부사장을 맡고 있는 서석건씨도 삼보에서 프린터 마케팅 팀장 등을 역임한 노하우를 인정받으면서 마케팅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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