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위해서…스크린쿼터 가위질

Photo Image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밝혀진 26일 오후 서울 남산 영화감독협회에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들 모임인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한국 영화 의무 상영 일수(스크린쿼터)가 현행 146일에서 절반인 73일로 축소된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과천 정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축소, 시행키로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 부총리는 이번 조치와 관련, “우리나라가 교역 확대 및 국부 증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여러 부처와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스크린쿼터를 합리화함으로써 다른 분야에서 우리의 주장을 적절하게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협상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스크린쿼터를 축소키로 함에 따라 FTA 협상 시작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한 부총리도 “스크린쿼터는 한·미 간 중요한 통상 현안이 분명하다”고 단정짓고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양국 간 FTA를 체결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큰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등 경제가 통합되면 우리 기업들이 외국을 국내 시장과 같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과 FTA를 체결하면 한국이 동북아 허브로 경제 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FTA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최근 수년간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섰고 흥행 영화 대부분이 한국 영화였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면도 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흥행작 1∼3위 모두 한국 영화였던 점도 이번 정부 조치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와 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는 결사 항전에 나설 태세다.

 정부는 문화관광부를 통해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화부는 27일 10시 정동채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국고 지원 대책·투자 활성화 대책·규제 완화 등의 지원 대책을 담은 ‘스크린쿼터 조정에 따른 영화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국고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1조원 가량을 영화계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문화부 영상산업진흥과장은 “이번 대책에는 세부적인 지원 대책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영화계와 협의해 지원 내용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 자체에 반대하고 있어 지원 대책 협상 테이블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또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 10명도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크린쿼터 재협상을 요구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권상희·김준배기자@전자신문, shkwon·joo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