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PC를 이용할 수 있는 꿈의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를 앞두고 필수조건은 이에 걸맞는 차세대 전지의 개발과 결합이다. 초소형에서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까지 포스트PC의 성공 여부는 결국 차세대 전지 개발과 상용화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에 자리잡은 ‘IT용 에너지 저장 및 변환센터(이하 에너지 변환센터)’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3년 8월 정통부 지원 아래 설립된 전지 분야의 독보적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연구분야는 새로운 소재의 전지나 에너지 개발이 아니다. 이미 여러 기업과 연구소, 대학에서 대체 에너지 및 연료 전지를 놓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IT용 에너지 저장 및 변환센터’는 명칭 그대로 새로운 모양과 기능을 갖춘 전지를 연구개발한다. 쉽게 말해 현재 널리 애용되는 고정 부착형의 건전지나 축전지가 아닌, 실처럼 얇고 가느다란 형태의 전지, 센터의 말을 빌리면 가변형 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그래서 ‘독보적인’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가변형 전지가 등장하면 얼마 전 웨어러블 컴퓨팅 패션쇼에 나온 옷과 안경테, 팔찌, 목걸이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착탈식 전원공급 장치가 의류를 포함해 악세사리 속으로 완벽하게 내장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실처럼 가는 전지가 나오면 섬유 속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가 다기능 복합섬유로서 웨어러블PC를 완성한다.
에너지 변환센터의 연구는 1차적으로 전지의 고성능화이고, 다음으로는 전지의 가변화 및 소형화에 있으며 마지막에는 외부 유입이 필요없는 자가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진다.
연구 3차년에 해당하는 현재까지의 성과를 보면 전지 바인더와 도전재 종류에 변화를 가해 초기방전용량을 향상시켰고, 이어 전기방사법을 이용해 직경 1μm의 균일한 고분자 전해질 섬유를 제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특히 연구 2차년도였던 지난해에는 시제품으로 초기 단계지만 와이어전지(지능형 의류용)와 밴드전지(손목시계 PC용), 진동발전기(보조전원용)를 선보였다.
올해 에너지 변환센터는 이 연구의 핵심인 전지의 가변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해 선보인 시제품보다 더욱 완벽한 섬유성질을 갖춘 직경 2m 정도의, 마치 가는 전선같은 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전극의 용량이나 전해질의 성능을 키우고 부품을 구부리거나 휠 수 있도록 변형 기능을 갖추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런 부품과 연구성과를 종합적으로 적용하는데 모아진다. 연구 5년차인 내년에는 새로운 시제품을 내놓고 실용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센터장 재료공학부 김기원 교수를 포함해 응용화학공학부 안주현 교수, 안효준 교수와 조규봉 교수 등 8명의 연구 참여 교수진과 30여명의 대학원생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최초라는 연구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상대가 차세대 전지연구의 축으로 인정받으며 경남지역에서 최초로 선정된 IT 연구센터라는 점에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인터뷰-김기원 센터장
“아무도 해보지 않은 미개척분야이기에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듭니다. 어디 하나 참고할 만한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벤치마킹할 연구 대상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IT용 부품 소재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또 경남을 대표하는 ITRC로서 지역 발전 및 혁신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으로 한국표준연구소와 일반 기업체를 거쳐 지난 90년부터 경상대 재료공학부에서 강의와 2차전지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김기원 센터장은 에너지 변환센터의 역할 중에서도 지역발전에 대한 책임론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세대 PC용 전지산업은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 확대와 맞물려 향후 10년에 걸쳐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지역 ITRC는 다른 어떤 연구기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정부지원이 충분하지는 못해도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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