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팅 시장 잉크가 `쥐락펴락`

 ‘이제는 잉크다.’

 프린팅 업체들이 차세대 잉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잉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이미 하드웨어 연구개발 비용을 앞선 지 오래다. 새해 벽두부터 주요 업체는 프린터·복합기 등 하드웨어 못지않게 잉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프린터 가격이 날로 추락, 더는 수익이 나지 않는 반면 잉크·토너 등 소모품 비즈니스는 여전히 쏠쏠한 이익을 남겨 주기 때문. 올 프린팅 시장은 소모품 비중이 커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잉크 가격이 프린터 가격=엡손의 대표상품 ‘잉크젯 프린터 CX3700’. 이 제품의 기본 잉크 가격은 블랙(1만1660원)·시안·마젠타·옐로(1만450원) 등 기본 4색을 합쳐서 4만3010원이다. 수 년동안 가격의 변화가 거의 없다.

 반면 다른 브랜드지만 캐논은 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프린터를 내놨다. 잉크와 프린터 가격이 엇비슷해진 것.

 이는 HP·캐논·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가격은 매년 떨어지고 있지만 잉크 가격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소비자 처지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지만 프린터 업체 측에서는 그만큼 잉크가 ‘돈’이 된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HP에서도 이미 잉크 투자비가 프린터 개발 투자 비용을 앞섰다”며 “프린터는 날로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데 반해 잉크는 여전히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잉크 개발 ‘탄력’=새로운 잉크를 개발하기 위한 프린터 업체의 경쟁은 가히 ‘전쟁’ 수준이다.

 한국HP는 지난해 말 ‘9색 잉크’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 8색 제품에 블루 카트리지를 추가한 것으로 프린터 업계에서 처음이다. HP는 이번 블루 추가로 이전 푸른색에 비해 채도가 25%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 사진관급 수준의 인화가 가능하다는 것. HP는 9색 잉크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한국엡손도 최근 차세대 잉크 ‘듀라브라이트 울트라’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경쟁 제품이 물에 잘 녹는 염료 기반 잉크인 데 반해 안료 방식으로 개발, 물에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잉크 밀도도 고르게 유지해 광택력이 뛰어나고 선명한 출력이 가능하다.

 롯데캐논도 ‘크로마 라이프 100’과 ‘CLI-8’ 계열 잉크를 새로 선보이고 소모품 비즈니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 제품의 강점은 장기 보관할 때 색 유지도가 뛰어나다는 점. 롯데캐논 측은 거의 100년 동안 색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봉철 한국엡손 부장은 “앞으로 프린터 업체의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는 잉크·토너 등 소모품 기술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잉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모품이 최대 승부처=‘홈 포토 프린팅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 인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업체는 특히 전문 사진작가를 이용하거나 사진 전시회를 통해 자사의 기술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문가를 통해 손쉽게 잉크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 엡손은 아예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 체험관을 지난해에 열었다.

 한국HP도 올해 사업 전략의 하나로 잉크 카트리지 회수를 꼽았다. 여기에는 재생업체를 겨냥해 잉크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김치현 롯데캐논 본부장은 “홈 인화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더욱 선명하고 우수한 잉크로 쏠리고 있다”며 “앞으로 하드웨어 경쟁보다는 잉크·인화지·토너 등 일련의 소모품 시장이 프린터 업계의 최대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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