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범
대덕특구 내에 위치한 모 정부출연연구기관 책임 연구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으로 출연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생명공학연구원의 화재에 이어 또 다시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화재가 아니라 사람 목숨이 관련된 것이라 대덕특구 내 출연연이나 기관들은 더욱 침통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그가 20여년간 연구개발(R&D)를 수행해 온 KAIST 출신의 베테랑 연구원인데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48세의 가장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사건의 원인을 놓고 억측도 무성하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연구성과중심제(PBS)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전인교육이 결여된 성적지향주의적인 교육시스템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지내 온 동료들이 ‘조그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그리고 지난해 명퇴 신청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지 말고 차라리 원하는 대로 해줬더라면…’ 하는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해당 출연연은 아직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대덕특구는 한 가정의 가장이요 유능한 연구원을 동시에 잃었다.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온 과학기술자 한 명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고뇌를 짊어지고 세상을 등진 것이다. 가뜩이나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뒤숭숭한 과학계에 혹시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관련 기관장이 “자신도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 말이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기관장으로 와서 껍데기만 바꾸고 예산을 더 따오는 등 외양에만 관심을 쏟았지 연구원 한 명 한 명에게 손을 내미는 정성은 부족했던 것 같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하나 더 지적하다면 이공계 기피에 따른 사기진작이 정부의 몫이었다면 일할 맛 나는 연구원을 만드는 데에는 당연히 해당 연구원들이 나서야 했다. 언제나 과학기술계는 정부 측에 뭔가 ‘달라고’만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보듬어 주는 것은 최소한 ‘돈’ 드는 것이 아닌데.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