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만 지나면 설 연휴다. ‘설날’은 우리나라의 고유 민속명절 중 하나다. 과거 한때는 설날이 ‘구정(舊正)’이니 ‘민속의 날’이니 하는 용어로도 불렸다. 구정은 일본 사람들이 지은 말로, ‘옛날에 쓰던 정월’이라는 뜻이다. 서기(西紀)로 시작하는 1월 1일에 반대되는 뜻으로 사용됐다. 양력과 음력에 따라 새해 첫날이 둘인 셈이다.
이처럼 시간도 음식이나 관습처럼 사회 문화·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 지구는 태양을 일정한 주기로 공전하고, 또 훨씬 더 짧은 주기로 자전한다. 달도 평균 29.53059일을 주기로 차고 기운다. 그러나 이런 자연의 주기적인 운동을 일년이나 하루라는 단위로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대부분의 달력이 태양이나 달의 운동을 기초로 하고 있음에도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달력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시간 설정 방법에 따른 민족사적 차이점에 주목한다. 과거 왕조시대, 새 군주가 등극하면 자신만의 연호를 사용했던 것도 차별화를 위해서다. 1790년대 프랑스혁명 지도부는 공화국 건국일인 9월 22일을 1월 1일로 정했다. 1주일도 7일이 아닌 10일로 하고 한 달은 3주, 즉 30일로 통일했다. 이런 달력이 13년간이나 사용됐다.
이 같은 사회·문화적인 시간 개념은 정보기술 시대에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다’는 말로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상을 표현한다. 과거에는 해가 뜨면 일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부팅된 순간이 곧 해가 뜬 시각이다. 우리는 휴대폰을 켜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24시간 돌아가는 회사 서버와 휴대폰 문자메시지에는 한밤중에도 업무 관련 메일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해가 떴는지, 달이 떴는지는 현대인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대신에 컴퓨터와 휴대폰이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 이쯤 되면 펜티엄력이나 애니콜력도 나올 만하다. 어쩌면 획기적인 휴대폰 신제품 출시일이 새로운 설날로 정해질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IT산업부·주상돈 차장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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