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를 맞이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 ‘미스터휴대폰’으로 불리는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최대 이동통신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국내 소프트웨어(SW)·시스템관리(SM)·시스템통합(SI)계를 이끌고 있는 신재철 LG CNS 사장 등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지난 12일 본지가 주최한 ‘IT코리아,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라는 제하의 신년특별좌담회에서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좌담회에서 이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IT강국 코리아’의 기반 다지기에 힘써 왔다면, 이제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맞아 장기적인 새 먹거리 창출을 준비할 때”라며 “SW·RFID·로봇산업 등을 미래산업으로 육성, 앞으로 5년, 10년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IT부국론’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IT산업의 발전을 기원하는 덕담을 주고 받으며,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새로운 10년, 새 먹거리 창출’을 얘기했다.<편집자>
◇참석자
-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
-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 신재철 LG CNS 사장
◇ 일시 : 2005년 1월 12일 오후 5시∼7시
◇ 장소 : 코리아나호텔
◇이기태(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IT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이를 바탕으로 5년, 10년 이후의 새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이미 IT산업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후발국가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장관께서도 이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텐데요.
◇진대제(정보통신부 장관)=지난해 1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튀니지에서 열린 정보사회정상회의(WSIS)에서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발전정도를 평가하는 디지털기회지수(DOI) 1위 국가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속도가 명실공히 세계 최고임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목표로 세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이르면 내년말, 늦어도 오는 2008년이면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제는 환율을 감안한 국가경쟁력이죠. 최근 환율급락에서도 드러났듯,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다 해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수출경쟁력은 환율 900원대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경쟁력 있는 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 자동차 기업들의 공장이 해외로 나간다는 얘기가 당장 나올텐데, 결국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산업의 부가가치를 좀 더 극대화하고 자체 경쟁력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봅니다.
◇이기태=IT업계 종사자로서 IT 수출 비중이 27∼28%를 차지하니, 외형만 보면 그간 잘해왔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5∼10년 후가 문제인데요. 하드웨어 중심에서 머무르면 결국 성장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관 산업간의 융·복합 발전전략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SW)는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아직까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채 안됩니다.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육성·발전을 위한 노력에는 모두가 소홀했다는 점입니다. 눈에 안보이면 가치 판단을 잘 안하는 습성이 있지요.
◇진대제=맞는 말씀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SW 경쟁력을 강화하고 SW산업을 도약시키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선포했습니다. 한 예로 자동차 생산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33∼35%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SW를 빼놓고 경쟁력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자리에 신재철사장께서도 참석했는데, 3∼4년 뒤에는 LG CNS 같은 IT서비스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IBM이 100조원기업 아닙니까? LG CNS는 2조원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IBM 같은 회사가 IT서비스 분야에서 나와야 할 텐데요.
◇신재철(LG CNS 사장)=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회를 잡았다고 봅니다. 지난 2∼3년간 해외에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어느 선진국보다 앞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봅니다. 현재의 산업 구조를 신규 시장이나 새롭게 출현하는 신기술 흐름에 맞춰 바꿔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새로운 시장과 기술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프로세스를 바꿔야하는데,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해외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는 우리가 가장 앞서있기 때문입니다. 새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새 서비스를 만들어 해외시장에 들고 나가면 향후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김신배(SK텔레콤 사장)=통신분야에서 향후 5년∼10년후 미래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선 우리가 잘한, 우리가 이미 경험해 성공한 서비스를 수출하는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IT코리아의 성공신화를 만든데는 CDMA 세계 최초 상용화와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축으로 서비스와 플랫폼, 콘텐츠가 계속 발전하고 있지요. 현재 이동전화 단말기 보급율이 80%에 육박하는데, 사실 이동통신 시장은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정통부에서 u코리아 컨버전스 수요창출을 위한 정책지원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검증한 경쟁력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해외에 가지고 나가자는 생각입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우리가 2∼3년 앞서 있다고 자신합니다.
<>SW산업 중요성 인식 강화
◇이기태=SW에 대한 새로운 인식, 산업간 동반 해외 진출 모두 타당한 의견이라 봅니다. 저는 동시에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면서 ‘융·복합’ 흐름을 중요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으로 빠르게 진화·확대해 가는 단말기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이미 휴대폰은 휴대폰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분야의 이런 기능을 결합하는 능력과 기술입니다. 결국 산업과 기술이 융복합화되면서 IT는 다른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진대제=맞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휴대폰은 ‘종합정보기기화’가 되는 겁니다. 휴대폰이 만병통치 장치가 된다고 비유하면 될까요? 통신에서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이 와이브로나 방송 서비스로 가고, 결국 킬러애플리케이션이 통신망, 방송망, 그리고 인터넷망에서 사용됩니다. 결국 핵심 종합단말기는 휴대폰이 될텐데,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지금까지는 잘 해왔지만 앞으로는 좀 더 전략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RFID/USN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식과 노동을 함께 하는 단말, 즉 로봇이 차기 먹거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정부는 이를 차기 10년 이후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김신배=해외 통신사업자 움직임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보다폰의 경우 26개국에 가입자가 2억명이 넘습니다. 텔레포니카도 전 세계에 투자한 통신사업자의 가입자가 1억3000만명이 넘습니다.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통신사들간 제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즉 단말·플랫폼·콘텐츠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편대를 이루는 ‘글로벌 컴피티션(경쟁)’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최근 KTF에 지분 투자한 일본 NTT 도코모도 주목할만 합니다. 도코모는 무선인터넷 ‘아이모드’ 수출을 위해 7∼8개월 정도의 기술지원을 현지 제휴 사업자에 제공합니다. 이것이 끝나면 일본의 콘텐츠와 플랫폼, 단말 등의 업체가 함께 해외로 나가게 됩니다.
◇신재철=SI분야에서도 한말씀 드려볼까요. SI산업은 이제 ‘레드 오션’입니다. 그러나 컴포넌트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환되는 순간 이는 ‘블루 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수출에서 또 하나의 고민은 새로운 프로세스 정립에 근거한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결국 우리가 먼저 해야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파일럿 프로젝트나 테스트베드 구축 지원에 좀더 적극적으로 임해줬으면 합니다. 또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SI 업종의 수익구조 개선을 들 수 있습니다.
◇이기태=그렇습니다. 소프트웨어이든 서비스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 값을 제대로 쳐주는 일이 가장 중요할 듯 합니다. 자신이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종사자들이 일할 맛을 못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후 5∼10년 안에는 SW에 대해서 제값을 쳐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SW의 질(수준)은 더 높아져야 하고, 대기업은 제값을 주고 양질의 SW를 사용하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향후 우리 미래산업 육성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진대제=그렇지요. 정부도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SW 분리 발주를 더 확대할 것이고, 공공기관 발주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별도 교육도 할까 생각합니다. 또 부처간 IT 활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ITS를 위한 도로공사, 건교부, 경찰청 등과 공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방위산업청을 만들고 조달이나 내부 물자관리에 IT를 적극 활용하는 것만 봐도 엄청난 변화입니다.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CDMA에 이은 새 융합서비스 출현
◇이기태=와이브로나 HSDPA와 같은 새 통신서비스 출현을 앞두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조만간 4세대 이동통신산업의 성과분석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우리가 전망하는 바로는 오는 2008년이면 기술 표준화가 완료되고, 2010년이나 2011년께면 4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나라 통신 시스템·장비 산업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도록 하지요. 우리나라 통신장비 4강 구도가 깨진지 한참을 지난 현재 우리나라 장비시스템 시장은 1.5강입니다. 해외 통신장비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은데, 안방을 지키는 일도 수월한 일이 아닙니다.
◇진대제=지금까지 통신산업을 이끌어 온 주자가 CDMA였다면 앞으로는 와이브로가 될 것이라 봅니다. 지난 1996년 CDMA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이후 세계적으로 2억5000명이 넘는 CDMA시장이 창출됐고 휴대폰 수출액도 지난해 248억달러에 달하는 등 지난 10년간 이동통신산업의 부가가치 유발액이 모두 118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와이브로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신·방송 융합 시도도 일어날 것이구요.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도 다각적인 정책을 마련, 지원하려 합니다. 민·관이 적극 협력해야 하겠지요.
◇김신배=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WCDMA(HSDPA)망의 특징을 고려할 때 와이브로와 HSDPA를 잘 조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삼성전자의 HSDPA 단말기는 세계 처음 베스트 제품으로 선정되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경쟁력을 잘 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기태=맞습니다. 두가지 측면을 다 고려해 볼만 합니다. 특히 해외시장을 감안할 때, 기존 이동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는 국가는 HSDPA로 공략하면 됩니다. 와이브로 서비스와 HSDPA는 2012년까지 공존한 후, 4세대 통신으로 넘어갈 것이라 봅니다. 와이브로는 단 시간 내에 승부를 내야 하는데 비해 HSDPA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도 될 듯 합니다.
◇진대제=지난 10년간 참 잘 했습니다. 그 기반으로 발전하는 거지요. CDMA로 100년을 할 수 있겠습니까? CDMA로 10년간 잘 해왔으니 앞으로는 와이브로로 10년을 이끌고, 그 이후에는 4세대(G) 이동통신산업으로 유연하게 변화하면 됩니다. CDMA에만 안주해 GSM 단말기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대한민국과 삼성전자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새 환경 도래 대비한 법·제도 정비 시급
◇김신배=통신·방송 융합 시장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부의 법·제도도 정비돼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종 산업간 컨버전스가 서로 마찰이 아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가능한 한 산업간 수평적 융합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즉, 태동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대제=올해 통신시장은 광대역융합서비스, 유무선 결합서비스 등 서비스 융합이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이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통신서비스 규제틀을 융합 추세에 맞춰 재정립해야 합니다. 또 통신시장 유효경졍 체제가 변화된 환경에서도 정착될 수 있도록, 경쟁상황평가, 상호접속 등 각종 규제제도를 그에 맞게 개선할 계획입니다. 또 지난 2000년 이후 성장률이 둔화된 통신서비스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와이브로, WCDMA,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입니다.
◇신재철=규제기구나 이종사업자간 갈등, 그리고 신규서비스 진입에 따른 기존 산업의 와해 현상에 대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부처간 협의가 좀 더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이기태=통신은 국가 전략사업이기 때문에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수문장과 전략가를 적절히 배치하는 관점이 필요한 때인 듯 합니다.
◇진대제=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통방융합만 해도 케이블TV를 규제한다는 것은 통신산업의 진입 장벽을 동시에 말하는 것이 됩니다. 정책은 가치 판단입니다.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절대 가치가 있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완전한 시장 논리로 갈 수 없다는 어려움이 분명 있습니다.
<>기업간 상생경영 화두 지속될 것
◇김신배=요즘 대·중소기업간 상생이 화두입니다. SK텔레콤의 경쟁력도 콘텐츠 및 플랫폼, SW 개발 업체가 큰 역할을 맡고 있지요. 모두 SK텔레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기업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소 협력사에 대한 재정지원, 경영지원, 교육 등을 앞으로도 계속 강화할 계획입니다.
◇신재철=가장 시급한 것은 대·중소기업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협업분야는 SW인데,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술 및 품질교육, 기술 이전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SW를 대기업이 검증· 활용하고, 마케팅이 강한 대기업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모델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일들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선 성과공유제도를 만들어 보상하는 방법도 좋다고 봅니다.
◇진대제=무엇보다 분야별로 생태 환경을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봅니다. 어떻게 모든 기업을 다 살릴 수 있겠습니까.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감수하면서 언급하자면 우리는 잘 될 중소 기업들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인수·합병도 활성화시키고, 과당경쟁을 줄이는 생태환경을 재조성 계획입니다.
IT기기를 예로 들 경우 생산액은 2002년 127조원에서 2004년 164조원으로 29% 성장한 반면 기업 수는 7000여개에서 9700여개로 36% 증가했습니다. 기업 당 매출액이 감소하니 경쟁이 심화되는 것이고, 서로 힘들게 하는 것이죠. 대기업도 1, 2등만 먹고 살 수 있습니다. SW에서는 중견기업을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할 듯 합니다.
◇이기태=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기술과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잘 양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중소기업 인력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미 해외에 나가 GSM 단말기 테스트를 하고, SW를 개발하는 많은 인력이 협력업체 소속입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김신배=IT 붐이 일면서 많은 기업이 컸는데, 다시 한번 합종연횡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볼때 경쟁력이 강화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업체를 다 살릴 수 있는 정책은, 곧 누구도 위할 수 없는 정책이 될 수도 있지요. 산업간 컨버전스, 그리고 해외 시장 공략 전략 두 축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며, 특히 IT 산업내에서 선단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델이 중요합니다.
<>향후 10년 SW·로봇 산업 핵심 부상
◇진대제=정부도 그렇지만 기업도 어느 때보다 이후 먹거리를 두고 고민이 깊은 듯 합니다. 반도체로 빛을 본 때는 1990년대입니다. D램으로 출발해 플래시 메모리로, TDX 교환기에서 CDMA로 발전했지요. 앞으로는 통방융합에 관련된 기술과 서비스, 와이브로가 이후 10년 우리를 먹여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10년은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SW산업과 4G 이동통신, 그리고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로 전자태그(RFID)와 특히 로봇이 부각될 거라 봅니다. 새로운 요구가 창출되고, 그런 요구를 충족하는 산업으로 구성된다는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이기태=그 시기 로봇은 일종의 통신단말기라고 생각합니다. 즉 반도체(컴퓨터)가 아니고, SW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런 로봇은 산업용, 군사용, 농업용으로 그 용처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구요. 산업혁명이 기계가 사람을 대신했고, 그 이후에는 정보통신을 바탕으로 한 두뇌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앞으로는 사람의 노동을 ‘인텔리전트’하게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겠죠.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비전이라면 세계적인 IT 리더가 돼 있는 것입니다. 기술 종사자도 현재의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다원적인 일을 많이 할거라 봅니다.
◇신재철=IT서비스 분야는 부가가치가 큰 산업인데도 아직 관심갖는 기업이 적습니다. 문제는 ‘이용기법’이라 봅니다. 다양한 컴포넌트를 통합하고, 훨씬 더 많은 서비스를 붙여서 형성된 작품을 만들되, 패키지 모델보다는 서비스 모델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지요. IT서비스 산업에서는 프로세스의 개선과 그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더 주력하게 될 것입니다. 신규 분야의 모델 정의가 안돼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진영이 주도할 것입니다.
◇김신배=통신서비스 영역은 무엇보다 컨버전스 환경이 도래한다는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산업간 융복합화가 확대돼 그 경계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시장의 중첩과 확장에 따라 잠재적 경쟁자의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기는 오히려 창의적 발상과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더 중요합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코- 크리에이션(Co-creation)’을 통한 시장확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진대제=해외전략은 매우 중요합니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매출 정체라는 공통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럴 수록 두려워하지 말고 해외시장 진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하고, 정부나 언론 역시 이런 기업의 노력을 독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재철=범정부차원에서 가이드를 하고 코딩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IT 839와 같은 청사진 제공도 이런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특히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은 심각한데, 이를 효율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진대제=사실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일은 산업으로만 국한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구조와 위상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나라 전체가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IT허브로서의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실리콘밸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 일등국가 ‘다이내믹 u코리아’란 비전을 실현하고 IT강국을 기반으로 한 선진한국의 국가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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