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최대 숙원중 하나인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임진흥법)’ 제정 작업이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작년말 통과가 유력시됐으나 정치권의 문제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법사위에 계류된채 2006년으로 이월된 것.
그러나, 주요 쟁점들이 대부분 타결됨으로써 차기 임시국회를 거쳐 늦어도 2월 안으로 공표될 전망이다. 자연히 관심은 이제 향후 게임산업 육성 및 체제 개편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시행령 쪽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게임법의 제정은 게임산업의 진흥체계를 보다 확고히 세웠다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작년에 문화부 게임음반과에서 게임만을 떼어내 ‘게임산업과’를 신설하고, 산·학·연 관계자를 망라한 정책자문기구인 ‘2010 게임산업전략위원회’를 발족하며 2010년 세계 게임 3대강국 구현을 위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어 게임법 제정으로 기본적인 뼈대를 모두 구축한 셈이다.
남은 것은 게임법의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게임산업 진흥 및 육성에 필요한 살을 붙이는 일, 즉 하위법인 시행령과 시행 규칙이다. 문화부는 특히 게임법 제정 과정에서 2개의 의원입법안과의 충돌했고 정통부와의 디지털 콘텐츠 헤게모니 다툼 등의 문제로 주요 쟁점 사항을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게임법 공표와 함께 수면으로 떠오를 시행령 제정안에 무엇이 어떻게 담길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대 관심사는 ‘등급위 구성’
게임진흥법(안)의 여러 조항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을 꼽으라면 ‘게임등급위원회’의 신설일 것이다. 그동안 게임 사전 및 사후 심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며 게임업계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문화부 산하 새로운 게임 심의 전담 기구인 ‘등급위’가 출범하는 것. 당초 논란을 빚어왔던 업계 자율등급제 도입은 끝내 무산됐지만, 등급위는 영등위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게임 등급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연히 게임법 시행령 제정안에 주요 관심사도 등급위가 과연 어떤 식으로 구성되고, 어떤 방향으로 운용되느냐는 점이다. 게임법 제정안에는 등급제에 대해 기본적인 프레임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운용체계는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으로 위임한 상태여서 시행령안에 새로운 등급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등급 제도 운영을 위한 심의 기구의 구성과 심의 기준, 그리고 절차다. 기존 영등위 체제와 달리 앞으로 등급위 시스템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우선 등급 심사를 담당할 위원들이 새로운 인물들로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등위 때와 달리 산업계 관련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2010게임산업전략위원회 쪽에서 다수 참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현재 비디오·아케이드 분과와 PC·온라인으로 양분된 실무 소위 시스템도 현실에 맞게 재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 심의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나
심의기준 역시 종전 4등급 체제가 ‘18세이상’과 ‘청소년가’ 등 2분류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핵심은 역시 성인 등급의 기준인 사행성과 폭력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는 문제가 관건이다. 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국장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심의 기준과는 별도로 법 상의 게임내용정보를 심의제도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 기술제 조항이 시행령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타 버전과 패치심의 등 업계의 불만이 높았던 업그레이드 버전에 대한 심의 절차도 대폭 간소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시행령안에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주지않는 단순 패치 심의의 경우 게임산업협회나 관련 기관을 통해 사실상 자율 심의 형태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라인 게임의 특수성을 감안한 구체적인 절차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견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기존 영등위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정부 산하 기구인 등급위를 신설키로 한 것은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한 것”이라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율심의로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법적 규제와 자율 규제 등 공동 규제를 통해 규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 사행성 기준 엄격히 적용될 듯
게임법 제정 과정에서 막판까지 논란을 빚었던 대표적인 것중 하나가 사행성 게임을 법 테두리에 포함하느냐 마느냐는 문제였다. 결국 법에서 제외하는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는 성인용 아케이드 갬블게임이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사행성 게임을 아예 게임법에 떼어내 특별법인 ‘사행행위특례법’에서 강력히 규제하자는 의미이다. 그런만큼 게임법과 동법 시행령의 사행성 기준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로선 법 대상에서 제외하되 문화부 장관령인 시행령에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 아케이드게임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그러나, 최근 사행성 게임물이 게임의 범위에서 벗어나 점차 도박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 게임제공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게임물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두기로 했다.
사행성은 비단 성인용 릴게임이나 경마게임이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온라인게임 전반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는 게 사실. 따라서 이번 게임법 시행령의 사행성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업체들의 영업 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게임업계에선 이에 대해 강경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업계 대표 창구인 게임산업협회측도 “사행성 기준은 형법 상의 도박죄나 사행행위특례법 상의 사행 행위에 준하도록 강력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기준은 심의 제도 적용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인 등급의 핵심 잣대가 ‘사행성’이 될 것이기 때문. 아케이드게임업계 역시 자칫하면 합법성에 심대한 타격을 받아 산업 존립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시행령에 담길 내용이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문화부, 국회 등 관련기관에 사행성 게임에 대한 마인드가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번 시행령에도 사행성 게임 규제 등 관련 조항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에 담아야할 내용까지 시행령으로 넘겨진 것이 많아 시행령의 단 하나의 조항만으로도 게임산업에 영향을 많이 줄 소지가 다분하다”며 “2월 이후 본격화될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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