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성공적인 벤처펀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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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메릴랜드주의 벤처펀드(Maryland Venture Fund) 성과를 듣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펀드는 기술의 우수성과 미래의 잠재력을 정밀 평가해 창업펀드(CIF)에는 5만∼10만달러를, 중소기업펀드(EIF)에는 20만∼100만달러를 투자한다. 창업펀드는 기본적으로 창업자금 지원 정도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투자금은 주식으로 변환되면서 중소기업펀드로 관리권이 전환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에 투자한 기업은 54개사며 금액으로는 2400만달러에 이른다. 또 이를 통해서 이미 4800만달러의 수익을 얻은 바 있다. 보유한 주식들의 현재 시장가치도 2000만달러 정도다. 특히 이 펀드를 통해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약 1500명의 고급인력 고용을 창출했다. 생명공학 쪽과 같이 당장 큰 수익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미래의 잠재력을 가진 사업을 포함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매우 견조한 매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메릴랜드주도 이 투자펀드의 활용과 관련, 수익 창출보다는 주내의 고용 창출과 소외계층의 사업 활성화 부문에 더욱 주력해 있다. 한마디로 수익성과 정책적 의지의 반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내 65개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펀드투자를 통해서 많은 고용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주내에 고임금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다 실험장비 구입이나 사무실 임대 등을 통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당초 메릴랜드주가 이 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상회할 정도의 소득세·법인세 등 세수 수익을 거둬들이는 세수 유발효과까지 누리게 됐다. 그러면서도 투자 펀드의 집행금액을 보면 25% 이상은 소수민족이나 여성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배정함으로써 정책적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이 펀드를 통해서 실질적인 수익도 올리고 정책적 추구도 함께 해나가는 매우 건실한 운영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2, 3개월의 실사 기간을 거쳐 이 투자펀드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민간투자자들의 투자 표적이 될 정도로 대외적으로 큰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메릴랜드주는 주위의 메릴랜드대학·존스홉킨스대학 등과 연계해 산·학협력 활동도 유도하고 있다. 법률·회계·마케팅 같은 기본 기능뿐 아니라 실험공간·사무집기·실험기자재 같은 것도 모두 공유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공동연구를 통해서 연구과정에 대한 정보도 함께 공유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가운데에서도 내부조직은 최소한의 운영경비로 관리해 왔다는 점이다. 전체 5명의 전문 심사역이 각 분야의 투자를 심사하고 관리해 왔으며 주정부에서도 매년 예산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완전히 펀드 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다.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장학생을 선발, 실리콘밸리의 창투사에 인턴사원으로 보내 선진국의 노하우를 습득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도 훨씬 경험이 많은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 같은 민간 비영리 단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문 창투사 요원을 양성하기 위해서 매년 10여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유명 창투사의 심사역 밑에서 실무를 배우도록 2년간 비용 전액을 지원해 오고 있다. 우리도 이런 점을 참작해 이 분야의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이 해외 창투사와 인연을 맺게 되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해외투자 유치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내가 속한 재단에서는 이공계 졸업생들을 해외 연구소에 인턴사원으로 선발해 보낼 때 창투사 인원 양성을 위한 소수 인원도 함께 해외 창투사에 보낼 계획이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들 기술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상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영수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사무총장 president@kico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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