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저작권법 개정안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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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우상호 의원 대표발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된 이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의 논쟁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상념이 아직 내 머릿속에 메아리로 남는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기술환경과 법률규정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사실인 양 언론매체를 통해 제3자에게 전달되고 더 나아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독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정리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먼저 ‘저작권법 개정안이 온라인 사업자를 불필요하게 규제한다’는 의혹을 풀어보자. 개정안은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일정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정안은 만연하고 있는 불법적인 유통을 제어하기 위해 특정 비즈니스 모델(주로 P2P 서비스 사업자)을 규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와는 관련이 없다.

 두 번째로 ‘개정안이 e메일이나 메신저 서비스에 족쇄를 채운다’는 지적이 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현행법이든 개정안이든 ‘전송’에 대해서만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전송이란 이용자(공중의 구성원)가 ‘언제, 어디서나’ 원하기만 하면 접근해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상태에 놓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용자가 ‘주문’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개념이다. e메일이나 메신저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만약 메신저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파일공유 방식의 P2P 서비스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실제로 P2P 서비스인 것이고 개정안에서 통제하고자 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의문은 ‘대부분의 네티즌이 친고죄 폐지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는 점. 개정안은 ‘영리를 위해 반복적으로’ 침해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친고죄 규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이 개정안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약 개인이 반복적으로 침해행위를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 조항은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사업자에 대해 필터링(기술적 보호조치) 의무를 부과하므로 일반 네티즌을 저작권 파파라치(저파라치)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로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검열을 정당화한다’는 부분에 대해 말해보자.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저작권법상 불법복제물의 전송을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먼저 이 규정은 표현의 자유 또는 검열의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검열은 표현의 내용이 불법인지 확인해야 하고 그 결과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해야 하지만, 파일의 불법 여부는 내용을 확인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용은 적법물이든 불법물이든 똑같기 때문이다. 불법물 판단은 해당 파일이 권리자의 허락을 받았는지, 아니면 법에서 허용하는 범주에서 제작된 것인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 또 중단 명령은 침해행위가 만연하고 현저한 경우, 그것도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라는 절차적인 절대시간(적어도 1∼2주)이 요구된다.

 다섯 번째로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 또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에 답한다. 개정안은 온라인 사업자 중 특수 유형을 특정하고 그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술적 보호조치 등을 의무화해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 방식이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거하더라도 미리 법률로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처벌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또 형벌의 종류와 그 범위를 명확히 한다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법률은 시대의 반영이다. 지난 10여년간 전세계 음반 시장은 360억달러(1994년)에서 330억달러(2004년)로 약간 줄었다. 하지만 10년 전 세계 11·12위권이었던 우리나라는 현재 25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우리나라에는 인터넷망의 엄청난 발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건 입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 tkchoe@copyrigh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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