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파워엘리트가 움직여야 대한민국이 움직인다.’
정보통신(IT)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산업이다. 지난해 디지털전자 산업은 연간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단일산업으로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연 것은 처음이다. 지난 1962년에 전자제품을 최초로 수출한 후 44년만의 쾌거다.
이런 기록적인 성과는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수많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IT파워엘리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본지는 2006년 새해를 맞아 국내 IT상장 100개 기업의 CEO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IT코리아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50인’을 선정했다. 지금까지 통신·소프트웨어·부품·정보가전 등 특정 분야나 제한된 연구영역에서 핵심 인물들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 IT산업 전체를 통틀어 영향력을 미치는 파워엘리트를 선정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IT파워엘리트=미국 사회학자 C W 밀스는 현대사회에서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정치·경제·군사 권력자를 ‘파워 엘리트’라고 불렀다. 엘리트는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각 영역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소수집단을 말한다. 재산과 권력도 엘리트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지만 사회적 역할이나 미래 가능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우리는 이런 다양한 개념을 종합해 산·학·연·관 영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상위 브레인 집단을 ‘IT파워엘리트’로 정의한다.
◇다양한 엘리트 분포=IT상장기업 CEO 설문 조사를 분석한 결과, 통신·컴퓨팅·디지털산업·게임·인터넷 등 전문 분야 또는 시장별로 파워엘리트들이 고루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부품·소재, 정보가전 등이 포함된 디지털전자분야가 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통신(10명), 인터넷·게임(9명), 컴퓨팅(8명) 영역이 뒤를 이었다. 정부 부처나 연구기관에 소속된 8명의 전문가와 함께 대그룹 총수 3명도 IT파워엘리트 50인 대열에 포함됐다.
◇벤처 약진=IT파워엘리트 50인 중 19명이 벤처기업 사람이다. 통신이나 컴퓨팅 분야에서는 2∼3명으로 명맥만 유지한데 반해 인터넷·게임 분야에서는 벤처 인력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는 한국 IT산업의 미래가 중소벤처에 달렸다는 전제 아래 최근 인터넷이나 콘텐츠 분야에 젊은 인력들이 몰리고 있는 트랜드를 반영한 결과다. 벤처 약진과 함께 우리나라 과학기술 교육의 1번지 카이스트(KAIST) 출신 인물들의 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의미 있는 소수=정치·사회 분야에서의 거센 여풍(女風)과 달리 IT영역은 아직도 남성 위주의 엘리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IT코리아를 움직이는 전체 파워엘리트 50인 가운데 여성은 단 한명.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인물로는 컴퓨팅 분야 3명이 IT파워엘리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국회의원이나 정당인과 같은 전문 정치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정부 및 연구기관 부문 IT파워엘리트
정부 부처나 연구기관 인물 중에는 8명이 ‘IT코리아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50인’에 포함됐다. IT산업 정책 수립과 연구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오명 과학기술부총리와 이희범 산자부장관, 그리고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 3개 IT부처 수장들 모두가 IT파워엘리트 대열에 올랐다. 이들은 우리나라 IT산업의 핵심 축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사장직을 역임한 진 장관은 이공계 학생들로부터 ‘성공한 과학기술인’ 1위로 꼽힐 정도로 대중성을 지녔다. 전 부처 통틀어 가장 부지런한 장관으로 소문난 이희범 장관은 지난해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에서 IT를 포함한 전체 산업에 활기를 심어준 희망 전도사다. 오 부총리도 지난 2004년에 부총리 취임 이후 우리나라 미시경제를 총괄하며 과학기술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견인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이들 3개 부처장관들과 함께 김창곤 한국전산원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등 기관장 3명도 나란히 IT파워엘리트 50인에 선정됐다. 정통부 차관출신인 김창곤 원장은 CDMA 기술을 상용화하고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한 다양한 경험과 함께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도 지내 IT분야 마당발로 통한다. 임주환 ETRI 원장은 ETRI 표준연구센터장과 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을 지낸 표준화 분야 베테랑이다. 한국IBM 임원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등 다국적기업 경영인 출신인 고현진 원장은 지난 2003년에 KIPA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이끄는 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번 IT파워엘리트 50인 리스트에는 디지털 대통령이자 IT대통령으로 인정받는 노무현 대통령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90년대 초 직접 인명관리 SW를 개발하고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엔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의 전자결재시스템을 구축, 정부 지식관리시스템(KMS) 모태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SW국산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이를 배경으로 SW코드라는 유행어를 직접 만들면서 IT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주요 통신·유통 사업자들에 대한 각종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로 IT업계의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IT파워엘리트 50인 대열에 올랐다. 강 원장은 지난해 유선사업자들의 요금담합 행위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MS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중징계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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