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재가 급등 두고볼일 아니다

 국제 전기동(구리) 가격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전자 부품·소재업체들이 비상에 걸렸다고 한다. 구리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해동박·인쇄회로기판(PCB)·전선 관련업체들은 구리값 상승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구리 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니 한마디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물량확보까지 어려워 아예 조업중단 등 극단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유가·원화·금리 등 이른바 ‘신3고’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니 부품·소재업체들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유가나 원자재가 등 해외 요인에 결정적인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는 전자 부품·소재업계의 내년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국제 전기동 가격(LME 동가 평균)은 지난해 톤당 2866달러에서 올해 초 3000달러까지 올랐으며 지난 10월에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기던 4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12월 현재는 톤당 4594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치솟았다. 조만간 5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만큼 최근 구리 값 급등 현상은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원자재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폭발적인 구리 수요가 식을 줄 모르고 있는 점이다. 중국은 정보가전산업의 약진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건설 및 전기 특수로 세계의 구리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발생한 구리생산 업계의 파업 여파로 공급도 불안하다. 더욱이 국제 투기 자본 세력까지 가세해 확보한 물량을 풀지 않은 채 추가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구리값 상승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구리값 상승은 당장 전자 부품·소재업체의 경영을 압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완제품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큰 타격을 주는 상황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부품·소재업계에는 원자재가·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은 악재임이 틀림없다.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구입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겠지만 유가나 원자재값이 더 빨리 오르면 기업은 채산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 수출기업이라면 여기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위축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이 가중된다. 내수 부문에서도 제품가격 상승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당장에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구리값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이런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급등에 대처하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의 수급불안에 대비해 구리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다급한 실정이다.

 원자재는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가장 기초적 재화다. 따라서 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안정 공급을 목표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환율 급락으로 많은 수출기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이 수입 원자재값 급등의 완충 역할을 한다고 낙관해서도 안 된다.

 국제 원자재가가 오르고 수급상황이 악화되는 현실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가 우선 수입 원자재 가격 안정과 수급 원활화부터 꾀해야 함을 뜻한다. 원자재는 언제든 가격급등과 공급부족에 따른 파동이 재연될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비축물량 확대와 해외자원 개발, 자원외교 강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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