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경제회생과 `칠거지악`

 ‘칠거지악(七去之惡).’ 군주시대, 특히 유교 관념에 젖어 있던 시절에 사용하던 말이다. 간단히 말해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를 뜻한다. 아내가 해서는 안 될 금기라고 할 수 있다. 기억 저편에 있는 예전 일이다.

 그런데 요즘 경제에 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경제회생을 가로막는 ‘칠거지악’이란 것이다. 혹한만큼이나 서민의 가슴이 얼어 있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하겠다. 경제난이 원인이다.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서민의 삶은 굴곡이 없는 법이다. 정치란 게 이념집단 간 터잡기 다툼이니 사는 데 크게 지장을 안 주면 서민이 크게 관심 둘 일도 없다.

 정부 측에서 보면 국가경제가 침체된다는 데 이견이 있을 것이다. 수출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수출액이 2000억달러를 돌파한다고 한다. 수출 1억달러 달성 이후 40년 만의 쾌거라니 수치로 보면 그렇다. 정부 고위층도 지난 88년 이후 구조적으로나 현상적으로 지금이 가장 안정된 시기를 맞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수출 증가를 내세웠지만 청년 취업난과 내수침체·노사갈등은 여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올 초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양극화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출도 반도체·휴대폰 등 몇 개 품목에 쏠려 있다. 기업의 투자부진과 제조업 공동화도 걱정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IT라는 버팀목이 있기에 잘된다고 할 수 있다. 고용불안도 그대로다. 특히 청년취업난은 심각하다. 취업이 가문의 영광이 되고 있다. 경영학 석사가 계약직 통행징수원 모집에 응모할 정도다. 기업환경도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경기가 되살아나고 투자를 확대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경제회생의 ‘칠거지악’으로 다음 7개 항목을 들었다. 우선 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정부가 예전에 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기업 처지에서 보면 핵심적인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둘째, 고임금이다. 임금이 매년 올라 기업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 셋째, 노사분규다. 매년 노사분규로 인해 기업경영에 타격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대한항공의 파업으로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넷째, 토지가 비싸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정책을 추진해도 해당 지역에 공장이 들어서거나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다섯째, 금융지원이 어렵다. 기업금융은 줄고 가계금융이 주를 이루는 게 현실이다. 여섯째, 세금부담이 많다. 일곱째, 반(反)기업 정서가 문제다. 기업인을 부도덕한 부류로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물론 재벌들이 탈세나 문어발식 기업확장·축재 등 잘못한 일도 있다. 이런 것은 고치면 된다.

 그러나 모든 기업을 이같이 매도하면 새로운 가치혁신을 선도해야 할 기업들이 축소지향형 기업 경영을 하고 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같은 이가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나올 수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감하거나 반대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또 알면서도 이런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해를 마감하면서 경제회생을 갈망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과거의 끈은 놓아야 한다. 대신 타협하고 화합하며 장애물을 치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게 경제회생의 불씨를 살리는 일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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