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퓨팅업계는 한마디로 외형 보다는 ‘내실’에 치중한 한 해였다. 어느 해 보다도 수익성을 찾기 위한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섰으며 기존 시장 외에 중견·중소기업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미 시장이 성숙한 서버·PC 등 시스템 분야는 가격 싸움이 가열되면서 출혈 양상까지 치닫는 등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였다.
◇SI·정보화=올해 SI업체의 화두는 그룹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사업 다각화’와 공공 사업 부문의 ‘흑자전환’으로 집약된다. 주요 SI 업체는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PMP·u시티·전자태그(RFID) 등 신사업 개척에 앞다퉈 나섰다. 굵직한 공공 프로젝트 발표 때마다 ‘선택과 집중’이란 영업 전략을 펼쳐왔고 이로 인해 유찰도 반복됐다.
SI 업체의 올해 역점 분야는 ‘차세대 수종 사업’. 신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은 한 해 였다. 삼성SDS의 웹서비스·u시티·RFID·EO(임베디드 SW), LG CNS의 복합형 유비쿼터스 서비스, SK C&C의 PMP·게임, 포스데이타의 휴대형인터넷 장비 등이 그 것이다. 공공사업 부문에서 SI업체는 내실경영을 위한 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정보화 투자가 올해 기지개를 켜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내실경영 방침은 SI업체의 경영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주요 SI기업 12개의 상반기 실적과 관련 2∼3개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크게는 10% 가까이 매출이 오르고 60% 가량의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자정부 분야도 올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는 없었다. 연초 정부통합전산센터와 행정정보DB 사업에 뜻하지 않은 예산증액이 이뤄지면서 산뜻한 출발을 보인 전자정부 사업은 지난 9월 국감을 통해 인터넷 발급 민원서류의 위·변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자민원(G4C) 서비스의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국회 행자위· 예결위에서는 내년 전자정부 예산을 300억원 삭감하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정보보안 분야가 전자정부 사업에서 크게 중시될 예정이다. 또 올해 이뤄지지 못한 성과평가 부문도 확산 단계에 본격 돌입하는 내년부터는 중점 실시될 것이라는 게 행자부와 혁신위 측의 설명이다. ‘이월 사업 예산 지원 불가’ 방침에 따른 연초 발주 쏠림 현상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금융 부문에서 SI업체는 차세대 프로젝트·바젤Ⅱ·기업연금·IT아웃소싱 등을 키워드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등 15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금융권 대형 IT 프로젝트가 하반기부터 잇따르면서 금융권은 IT전략, 예산 계획, 영업전략 수립으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솔루션=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은 중견·중소기업 시장 활성화와 국산 SW 도약 기틀 마련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최악의 한해를 보낸 SW 업계는 올해에는 신규 수요 발굴에 적극 나섰다. 전산 시스템을 구비한 대기업 보다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산 투자에 나선 중견·중소기업도 새로운 수요처로 떠올랐다.
SW업체는 대기업용으로 개발한 SW를 중견·중소기업용으로 전환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솔루션을 확보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때맞춰 국내 대표 중견·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영시스템 확보에 적극 나서며 SW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국내 SW 시장은 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SW시장은 올해 전년대비 6.8% 성장한 2조2400억원을 형성할 전망이다. 올해 SMB 시장을 집중 공략한 업체는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SMB의 전사자원관리(ERP)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선 윈백 경쟁도 치열했다. 수요처가 줄자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쟁사 ‘고객 뺏기 혈투’가 벌어진 것. 이 과정에서 SW업체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의 경우 한국IBM,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업체가 1위 업체인 한국오라클을 겨냥해 윈백 마케팅을 벌였지만, 오히려 한국오라클의 역공에 휘말려 고객을 뺏기며 시장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는 또 정부가 국산 SW 도약 원년으로 삼고 굿소프트웨어(GS)인증 우선구매 제도 등 국산 SW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국산 SW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한국을 정보기술 강국에서 SW 강국으로 만들어라”고 정보통신부에 주문했다. 국내 업체는 이와 발맞춰 GS인증사협의회를 중심으로 국산 SW 품질 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해외 공동 진출 전략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조풍연 GS인증사협의회 회장은 남은 과제는 국내 업체가 자구 노력을 통해 외산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보호업계에선 침입방지시스템(IPS)과 웹방화벽 등 새로운 보안 솔루션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노린 각종 해킹 사고로 웹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중국 해커의 활동이 활발해져 온라인 게임 ID와 비밀번호를 훔치기 위한 해킹과 악성코드 유포가 급증했다. 이들 사고는 대부분 웹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을 이용, 관련 업체들이 웹 방화벽을 재빠르게 개발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특히 시장초기 한국맥아피와 한국쓰리콤 등 외산에 밀렸던 토종 IPS개발 기업이 제품안정화를 이루고 CC인증을 획득하면서 약진해 300억원 규모의 IPS 시장을 열었다. 올해는 이와 함께 어느 해보다 안티바이러스 솔루션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안철수 아성’에 뉴테크웨이브와 지오트· 잉카인터넷 등 신진 기업은 물론 시만텍·카스퍼스키랩 등 다국적 기업들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시스템=올해 국내 PC시장은 어느 해 보다 업체 점유율과 순위 면에서 변화가 심했던 한 해였다. 먼저 올해 PC시장에서 ‘노트북 강세’가 두드러졌다. 데스크톱은 분기별 한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노트북PC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도 대수 면에서 격차를 보였지만 앞으로 대세는 노트북 임을 확인해 주었다. 가격파괴 경쟁도 극심했다. 삼보 90만 원대 노트북을 시작으로 한국 델이 70만 원대에 이어 중국산 제품으로 50만 원대 제품까지 나오면서 보급형 제품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보여 주었다.
디지털 홈 전략과 맞물려 노트북의 멀티미디어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통합 그래픽 칩세트가 아닌 별도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게임전용 노트북이 선보이는가 하면, 올해 상용화한 DMB를 지원하는 노트북도 봇물터지 듯 나왔다. 또 19인치 LCD 장착 노트북이 출시되는 등 멀티미디어를 위한 노트북PC의 변화가 어느 해 보다 빨랐다.
데스크톱PC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5월 국내 대표 PC업체인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는 충격을 안겨줬다. 이 사건은 수익성이 악화될데로 악화된 국내 PC 산업계에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이밖에 올해 64비트· 듀얼코어 CPU 등 인텔이 주도한 업그레이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과거처럼 신제품으로 인한 대규모 업그레이드 시장은 형성되지 않는 등 PC시장에서 인텔의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트너 등 주요 시장 조사기관은 올해 데스크톱은 지난 해 보다 10% 정도 성장한 290만 대 정도, 노트북은 지난 해 보다 20%이상 성장한 90만 대에 근접하는 등 380여 만대로 집계했다.
올해 서버업계의 최대화두는 64비트 컴퓨팅과 듀얼코어였다. x86 서버용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인텔과 AMD가 공히 32비트와 64비트를 동시에 지원하는 프로세서를 앞다퉈 내놓은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64비트 OS와 개발툴을 출시해 64비트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또 CPU에서 머리 역할을 하는 ‘코어’ 2개를 집적한 듀얼 코어를 탑재한 서버가 출시되는 등 x86서버의 컴퓨팅 파워가 놀랄 만큼 높아졌다. 여기에 서버업체의 가격경쟁으로 100만원대 제품이 출현했으며 지난 3분기에는 공급 과열 경쟁으로 한국HP·한국IBM·삼성전자·한국델 등 주요 벤더사 모두 분기당 공급대수 면에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3분기 전체 공급대수도 x86 서버 공급 사상 최대치인 2만 3700대가 공급됐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는 시장 자체는 감소했다. 로엔드 유닉스 서버에서 독주해왔던 한국썬은 경쟁사의 추격에 제동이 걸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전체 서버 시장에서 한국HP가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지켰지만, 경쟁사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어 내년 점유율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스토리지 수요는 용량 측면에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확대됐지만, 가격 역시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시장 규모(하드웨어)는 4∼5% 정도 감소했다. 올해 시장을 주도한 공공과 대기업의 스토리지 통합 프로젝트는 서로의 텃밭을 뺏고 내주는 ‘윈백’ 경쟁으로 이어졌고 성능 개선을 앞세운 모듈러 스토리지는 업체별로 전년 대비 최대 100% 이상 성장하는 등 스토리지 업계 주류 제품으로 부상했다. 또 VTL를 중심으로 가상화 수요가 폭증하고 회계법, 전자문서거래법 개정안 통과로 컴플라이언스 시장이 본격 개화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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