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로스트 메모리즈’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수많은 SF 영화. ‘예스터 데이’나 ‘내츄럴 시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원더풀 데이즈’ 같은 여러 작품들이 ‘한국 영화의 재앙’이라 불리며 비난 받았다.
‘공각기동대: 이노센스’나 ‘스팀 보이’가 불과 2주를 버티지 못하고 극장에서 사라져 버린 것은 SF에 대한 어려움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SF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 작품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스타워즈 2. E.T. 3. 쥬라기 공원 4. 백투더퓨처 5. 스파이더맨 6. 고스트 버스터즈
작품의 시대와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해외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성공한 작품들을 몇 개 골라 보았다. 그렇다면 이 중에 SF가 있을까?
놀랍게도 위에서 제시한 6개의 작품은 SF, 상상 과학 영화다. 이들에 국한하지 않고 ‘슈퍼맨’,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그리고 얼마 전 상영됐던 ‘우주전쟁’이나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우리나라 포함)으로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의 상당 수는 SF인 것이다.
이것은,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포함해 인기를 끌었던 팬터지 영화가 소수라는 점과 비교하면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환상 세계의 이야기보다도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 SF가 관심과 초점을 더욱 모으고 있는 것이다.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1998년 출시된 이래 국내에서만 수백만장이 판매되었고, 전국민의 e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는 어떤가? PC방 신화를 시작했던 ‘커맨드 앤 컨쿼’는? 잔인한 효과와 긴장감으로 쇼크를 주었던 ‘둠’ ‘퀘이크’ 그리고 ‘하프라이프’ 같은 작품들은? 역사상 최초의 게임 ‘스페이스 워’에서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관심을 모은 게임의 상당수는 SF다. 슈팅 게임의 고전 ‘인베이더’ ‘갤러그’ ‘제비우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은하영웅전설’ ‘쥬라기 공원’같은 소설도 빼놓을 수 없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이르면, ‘아톰’과 ‘철인 28호’를 시작으로 ‘마징가 Z’, ‘건담’, ‘마크로스’, ‘미래 소년 코난’, ‘에반게리온’, ‘패트레이버’ 등 심지어 우리나라의 ‘태권V’에 이르기까지 SF와 함께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SF 작품을 접하고 또 즐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 놀이 시간에 접하는 창작 작품의 절반 이상은 상상 과학 작품일지도 모를 정도다. 그런데도 SF 얘기만 꺼내면 “어렵다”거나 “재미없다”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것은 많은 이들이 ‘SF는 과학 작품’이라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은 SF를 보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직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만이 SF를 쓸 수 있고 당연히 논문처럼 복잡한 과학적 이론과 심오하기 이를데 없는 철학을 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소설 만이 아니라 영화, 만화, 게임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이 있는 Science Fiction을 굳이 과학 소설(혹은 사변 소설)이라고 부르는 풍토가 “SF는 난해하다”는 오해를 더하고 있다).
‘우주소년 아톰’도 ‘태권 V’도, 그리고 ‘스타워즈’나 ‘스타크래프트’도 SF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감독 자신도 이해 못하는게 아닌지 의심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간단한 내용도 일부러 복잡하게 연출하는 ‘공각기동대: 이노센스’, 10명이 보면 11명이 존다는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작품 만을 SF로 인정하니, SF가 어렵고 난해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착각에 지나지 않다. 상상 과학이란 그 말 그대로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에서 재미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앞서 얘기했던 SF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백투더퓨처’의 재미는 ‘과거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미래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타임머신을 타고 부모의 결혼식을 이루게 해 주고 서부시대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 존재하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2’에서 우리들은 기술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보다는 미래 세계에서 날아온 로봇이 악당 로봇과 싸워 주인공을 구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액체 금속 로봇이 변하는 장면에서 공포를,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는 터미네이터의 모습에서 슬픔을 느끼며, 무엇보다도 로봇 간의 액션에서 희열을 만끽한다.
‘E.T.’에서 우리는 “외모에 관계없이 상대에겐 친절해야 하며, 외계인은 지구의 병균에 약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연히 지구에 남게된 외계인이 초콜렛을 통해 아이와 친해지고, 외계인의 초능력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가능성에 즐거움을 느낀다.
‘마이크로 특공대’에서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병균과 싸우는 것에 흥분한 관객들은 ‘애들이 줄었어요’에서 작아진 아이들이 정원을 정글처럼 헤치고 다니는 장면에서 미소 짓는다. 반대로 거대화된 ‘고질라’가 뉴욕을 쑥밭으로 만들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어비스’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들어가 외계인을 만났던 인간들은, ‘코어’에서 지구 중심으로 파고들어 인류를 구하고, ‘아마게돈’에서는 지구를 멸망시키려 날아오는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노력한다. ‘레드 플래닛’에서 인류는 화성에 발을 딛지만, ‘스타트렉’에선 은하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스타워즈’에선 아예 ‘또 다른 은하계’ 이야기를 체험한다.이렇듯 SF에는 무한한 상상의 가능성이 있다. 과학적 상상력은 우리들을 눈 앞의 현실, 오늘의 사건이 아니라 먼 미래의 이야기, 그리고 우주 저편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고, 우리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우주 먼 곳에서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전쟁에 열광하고, ‘타임머신’에서 60만년 후의 미래에 펼쳐지는 모험을 즐기며, ‘매트릭스’에선 컴퓨터 세계 속의 가상현실에 매혹되는 것이다.
SF는 과학책도 철학 강좌도 아니다. 난해하고 혼잡한 장면을 넣지 않아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영문을 모를 소재를 던져 넣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창작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 과학 작품들이 널려 있다. ‘우주소년 아톰’처럼 편한 작품에서부터 ‘스타워즈’ 같은 방대한 서사시, 그리고 ‘에이아이(A.I.)’나 ‘아이, 로봇’ ‘블레이드 러너’처럼 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상상 과학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굳이 복잡한 것을 찾아 멀리 보지 않아도 우리는 상상 과학의 세계 속에 살고 있으며 또 그것을 영위하고 있다. 상상 과학은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다. 그 안에 담긴 철학이나 과학 법칙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 그 자체만으로….SF 칼럼리스트. 게임 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SF WAR 클럽(www.sfwar.com)이란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순서대로...
◇ SF 게임으로서는 이것을 빼놓을 수 없다.
◇ 스팀보이
◇ 영화관에서 등장 예정인 게임 원작의 영화.
◇ 도플갱어? 분신 마법? 아니 단지 복사된 프로그램일 뿐이다.
◇ 작년에 리메이크된 아톰. 일본 로봇물의 효시이기도 하다.
◇ 이게 SF냐고 반문하겠지만 유령 퇴치의 과학적 가능성을 풀어낸 유쾌한 작품이다.
◇ 액션 만이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으로도 가치있는 작품.
◇ 낯익은 작품이라고 해서 SF가 아니란 법 없다.
◇ 아마게돈
◇ 패트레이버에선, 정말로 있을 듯한 미래 경찰의 드라마를 만끽할 수 있다.
◇ 자동차를 타고, 과거로, 미래로, 서부시대의 흥취도 느껴보자.
◇ 스타워즈-에피소드3
<전홍식 pyodogi@sfw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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