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통령 과학장학생과 만난 자리에서 “길게 보면 결국 세상은 과학문명이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여러분의 선배”라고 칭찬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지식정보 사회를 거치면서 시대 변화의 선두에 항상 과학기술이 서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황 교수는 국민의 과기 스타로 부상했다. 체육계는 올림픽 스타 등이 수두룩하지만 과기계는 대중적 인기를 얻은 국민 스타가 나타나지 못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달랐다.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 세포를 추출하고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찬사는 화려했다. ‘줄기세포 복제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한국의 노벨의학상 후보자’ ‘난치병 극복의 선구자’ 등 다양했다. 특히 난치병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황 교수는 구세주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그는 이런 국민의 기대나 성원에 보답하듯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정부도 그를 각별히 챙겼다. 그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대폭 늘렸다. 황 교수에 대해 3부 요인급 경호 서비스도 제공했다. 황 교수 ‘연구시설’도 ‘초특급 보안경비’ 대상으로 격상했다. 그는 미래 세상을 바꿀 한국 과학기술계의 인간 국보에 해당했다.
그런 그가 요즘 서울 근교 산사에서 칩거중이다. 호사다마라고 해야 할까. 최근 제공된 난자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백의종군하겠다며 연구실을 홀연히 떠난 것이다.
국보급 과기스타가 자칫하면 비윤리적 과학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니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경호도 해제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아직 종료된 것은 아니다.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PD수첩이 후폭풍을 몰고 왔고 이를 본 노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황 교수와 관련한 지신의 심정을 밝힌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된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과기입국 구현을 위해 과기부총리제를 도입했고 공학도이자 80년대 IT정책을 추진했던 오명씨를 임명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D수첩을 보는 시각도 사람에 따라 국익이 우선인가, 진실이 우선인가를 두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또 윤리 문제가 있다면 줄기세포에 대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마련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취재 방식과 방송 의도를 놓고 다른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방송사는 “국익을 위해 방송하지 말았어야 하는 내용을 방송하고 편향적인 방송을 했다는 오해 속에서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른 시일 안에 오해를 풀 수 있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을 모두 밝히겠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황 교수 문제와 관련해 법적·윤리적 문제가 없었는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원회는 이달 13일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미룰 일이 아니다.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와 전문가들이 황 교수의 연구업적을 높이 평가하는데 우리가 진실 논란을 벌인다면 보기에 딱한 일이다. 이제 엄격한 윤리 기준을 마련해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상을 바꿀 한 사람의 과기스타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황 교수가 연구실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미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인 듯싶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사설] 쿠팡 동일인 김범석 의장이 결자해지를
-
2
[과학산책]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 글림프계·신경계 조절 기술에 주목해야
-
3
[ET톡] 무엇을 위한 징벌적 과징금인가
-
4
[ET시선] 'AI 기반 의료체계 수출'로 패러다임 바꾸자
-
5
[부음] 정훈식(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씨 장인상
-
6
[인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
7
[부음] 김재욱(금융투자협회 전문인력관리부장)씨 부친상
-
8
[부음] 전상희(스포츠조선 본부장)씨 모친상
-
9
[부음] 김금희(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씨 별세
-
10
[부음]김규성 전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모친상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