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캡콤에서 발매한 ‘스트리트 파이터’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대전 격투 게임이었다. 어이없게도 버튼이 6개나 됐고 조잡한 그래픽에 엉성한 몸동작, 도저히 무술가로 보이지 않는 이상한 외모의 남자들. 유저들은 비웃음으로 외면했고 캡콤은 절망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주먹과 발차기에 각각 3개의 버튼을 배분한 것에 일부 관계자들만 주목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같은 비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와신상담하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 개발진은 4년 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전세계 남성 게임 유저들을 한순간에 매혹시켰다. 대전 격투 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며 기존의 아케이드류 게임 시장을 대전 격투로 확 바꿔 버렸다.
‘리니지’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미친 영향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하여튼 대단했다. 많은 유저들은 ‘스트리트 파이터 2’에 열광했고 일부 유저는 그토록 엉성했던 원작이 2편에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시작된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1편이 성공을 거뒀다면 2편은 또 엉성하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고 그랬다면 대전 격투의 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형편없었던 원작 덕분에 뛰어난 후속작을 만들 수 있었던, 전설을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는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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