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페이퍼 맨

일인칭슈팅(FPS) 게임이라면 의례히 피가 튀는 살벌한 게임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그라비티가 이 같은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 게임을 공개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스타 2005에서 살짝 선보인 차기작 ‘페이퍼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우람한 체구의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보기에도 깜직한 종이로 만든 인형(?)이다. 종이 인형으로 벌이는 총싸움이 과연 재미있을까. ‘페이퍼맨’을 미리 만나본다.

‘페이퍼맨’은 페이퍼돌(paper doll)이라고 불리는 ‘2D 종이인형’ 캐릭터를 취향에 따라 만들어낸 후 이를 가지고 3D 공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총격전을 벌이는 일인칭슈팅(FPS) 게임이다. 캐릭터가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FPS와 기본적인 면에서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종이로 된 캐릭터는 기존 FPS와는 전혀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준다.

# 종이여서 색다른 플레이

우선 ‘페이퍼맨’의 캐릭터는 사람이 아닌 종이인 만큼 다른 게임과는 전혀 다른 물리법칙을 따른다. 캐릭터는 종이처럼 불면 날아가고 총을 맞으면 구멍이 나고 접히기도 한다. 아니면 불에 타거나 물에 젖기까지 한다. 3D 공간에서 움직이는 2차원의 캐릭터를 측면에서 적을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형세가 불리하다 싶을 때는 뒤가 아니라 옆을 보고 지그재그로 도망가야 한다.

이같은 점들 때문에 ‘페이퍼맨’에서는 색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일례로 수류탄을 맞은 캐릭터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는 것이 아니라 폭발력에 의해 공중에 흩날리게 된다.

이같은 점을 이용해 수류탄으로 적을 공중에 띄운 후 헤드샷을 날리는 것과 같은 색다른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고난이 플레이에 대해서는 스타일리시 포인트 즉 추가 경험치가 주어진다는 점도 재미있다. 또 물총으로 적 캐릭터를 맞춰 몸을 적셔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도 있다.

# 피 튀지 않아 부담 없어

‘페이퍼맨’은 또 다른 미덕을 갖췄는데 바로 다른 FPS와는 달리 화면에 전혀 피 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FPS 게임은 캐릭터가 총이나 수류탄 등의 무기에 맞게 되면 검붉은 선혈을 튀기기 때문에 비위가 약한 게이머라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페이퍼맨의 캐릭터들은 총알을 맞으면 그냥 몸체에 구멍이 나고 주변에 종이 조각이 흩날릴 뿐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페이퍼맨’을 하다보면 총격전을 벌인다기보다는 마치 재미있는 스포츠의 일종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기존 FPS 게임은 밀리터리 또는 SF 세계관 일색이었다. 10대에서 20대 후반 사이의 유저들이 귀여운 종이 캐릭터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FPS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페이퍼맨’을 제작했다.”

‘페이퍼맨’의 기획을 맡은 그라비티 박명규 팀장의 설명대로 이 게임은 잔인하다는 이유 때문에 FPS 게임을 멀리했던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타격감 잘 살려

‘페이퍼맨’은 하드코어 FPS와 다른 개념에서 출발한 만큼 조작방식도 쉬운 편이어서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스타에서 이 게임을 접한 기자 등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이 게임의 타격감이 기존 FPS 게임을 무색케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하고 있다. 게다가 총에 맞은 부위에는 바로 구멍이 생겨 탄착 여부를 곧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실감난다.

종이로 된 캐릭터와 달리 실사풍으로 만들어진 배경 역시 총격전을 사실감 있게 만들어준다. 지스타에서 공개된 지하철역 맵은 안내판, 노선 표시 등 흔히 우리가 보아오던 지하철역의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페이퍼맨’은 종이 캐릭터를 꾸미는 또 다른 재미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라비티측에 따르면 ‘페이퍼맨’은 게임내 화폐인 ‘쪽’을 사용해 게임 진행에 필요한 갖가지 무기를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꾸미는 데 필요한 의상과 장신구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이 게임에는 아이템 전이라는 다른 FPS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게임모드가 제공되는데 게임중 적을 쓰러뜨리면 아이템을 얻게 되는 모드다.

‘페이퍼맨’은 컨트롤을 단순화한 만큼 숨어서 적정을 살피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 불가능해 다소 불편함을 준다. 또 시점의 변환이나 전투시 동료표시 등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도 아직은 부족한 듯한 느낌이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페이퍼맨’은 클로즈베타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게임이라는 점에서 흠잡을 만한 것이 못된다. 앞으로 이 게임이 오픈베타에서 더욱 완성된 모습을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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