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도 일정한 틀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선이 악을 물리치는 권선징악이라던지 아니면 타 게이머 또는 캐릭터와의 승부 등을 골격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예외없는 법칙은 없는 법. 게임에서도 주류의 틀과 격식에서 벗어난 이색 게임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게임은 기존의 게임과는 전혀 다른 소재와 아이디어로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남 달러서 더 재미있는 이색 게임중 뛰어난 작품성 때문에 큰 인상을 남긴 게임들을 찾아가 본다.
게임 회사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따른 정형화된 게임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게임과 다른 이색 게임은 아무래도 시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를 피하려는 속셈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간간히 개발자의 장인정신이 담긴 주옥같은 이색 게임이 등장하고 있으니 게임 마니아라면 눈씻고 잘 살펴볼 일이다.
# 일탈의 즐거움 JSRF·기타루멘
이색 게임은 일상에서 일탈하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세가가 내놓은 ‘젯 셋 라디오 퓨처(JSRF·X박스)’다. 드림캐스트용으로 만들어졌다가 후에 X박스용으로도 출시된 이 게임은 X스포츠의 대표주자인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게임. 하지만 단순히 인라인만 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인라인을 타면서 문화를 말살하는 거대기업에 맞서 저항의 표시로 벽에 낙서를 하거나 힙합춤을 추기도 하면서 그들과 싸워나가게 된다. 리듬, 액션 등 다양한 요소가 녹아 있기 때문에 딱히 어떤 장르의 게임이라고 구분하기도 어려운 이 게임은 게임 내에 삽입된 수 많은 오리지널 힙합 음악과 마치 동경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깔끔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듣고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컨트롤러를 기타 삼아 연주하는 리듬게임인 코에이의 ‘기타루맨(PS2)’ 역시 일탈의 즐거움을 주는 이색 게임이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던 주인공이 어느날 전설 속의 무기 기타루의 계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 변한다. 기타 연주 하나로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 게임 역시 ‘JSRF’처럼 게임에 삽입된 다양한 음악이 돋보인다. 게임음악은 모두 오리지널 곡으로 파라파라, 레게, 락, 어쿠스틱 등 장르가 다양하고 멜로디 라인과 비트를 강조한 주옥같은 곡들로 구성돼 게임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 기발한 상상력 괴혼·모기
사실 ‘JSRF’나 ‘기타루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동안 외면받아오던 평범한 소재로 만들어진 이색 게임이다. 이와는 달리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색 게임들도 찾아볼 수 있다.
주위의 모든 사물을 하나로 뭉쳐 목표된 크기로 만드는 게임인 ‘괴혼 ∼굴려라 왕자님∼’은 뭐 이런 게임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게임이다. 술에 취해 은하계를 엉망으로 만든 아바마마로부터 별을 원상복귀시키라는 명을 받은 왕자는 온갖 물건이 널려있는 지구에서 덩어리를 굴려 별을 만들어야 한다.
덩어리에는 연필과 압정, 지우개, 장기알, 비스켓, 단추 등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이 달라붙는다. 심지어 나중에는 건축물까지 뭉칠 수 있다. 그냥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게임이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사물을 굴려 거대한 별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그만이다.
‘괴혼’은 그래도 양반이다. ‘모기(PS2)’라는 게임은 어떻게 이런 게임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괴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게이머가 모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게이머가 모기가 돼 아빠와 엄마, 고등학생 딸 등 일가족을 상대로 피를 빨아먹어야 한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지만 피를 빠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게이머는 플레이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 마치 모기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거나 화면에 표시되는 심장박동 그래프를 잘 살피지 못하면 눈치를 챈 인간이 내리치는 손바닥에 찍소리조차 못내고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 이 게임에는 보너스가 하나 숨어 있는데 바로 관음증을 만족시켜준다는 점이다. 모기가 돼 날아다니며 핫팬츠를 입은 잘빠진 여체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즈키 폭발(PS1)’도 ‘모기’만큼이나 독특한 게임이다. 3D와 함께 실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폭발물을 해체하는 게임이다. 주인공인 스지키는 어느날 하나씩 밀려드는 온갖 폭탄을 제거해야 한다. 드라이버, 돋보기, 펜치를 이용해 폭탄의 나사를 풀고 힌트를 얻어 도화선을 끊는다. 이것이 게임의 전부지만 폭탄을 해체할 때의 스릴감 만큼은 그만이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실사를 통해 스즈키역의 오자와 린의 매력과 만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 퍼즐분야 이색게임 즐비
이색 게임은 퍼즐 장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아케이드 게임의 명가 남코가 99년 선보인 ‘미스터 드릴러’가 대표적이다. 제목처럼 주인공은 드릴을 이용해 블록을 파내려가야 하는데 같은 색의 블록이 4개 이상 합쳐지면 블록이 사라진다. 규칙은 아주 간단하지만 의외로 중독성 있는 재미를 준다. 이에 따라 아케이드용으로 나왔던 이 게임은 후에 플레이스테이션, 드림캐스트, 게임보이, 원더스완 등 대부분의 콘솔 게임기용으로 선보였으며 심지어 윈도용으로도 출시됐었다.
이외에도 수은을 가지고 노는 ‘하이드리움(PSP)’, 순간 떠오르는 직감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직감일필(닌텐도DS)’ 등도 독창성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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