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전해 송구하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소위 ‘난자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진 24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3층 강당은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지난 8월 황 교수가 세계 최초 복제개 ‘스너피(SNUPPY)’ 연구 성과를 발표했던 바로 그 장소였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연구성과를 발표한 지 석달 여 만에 유감을 표명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선 황 교수는 만감이 교차한 듯 몰려든 기자들을 바라보며 무거운 표정으로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전해 송구하다”는 표현으로 말문을 연 그는 회견 내내 모든 논란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거듭 밝혔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비판, 질책, 충고 모두 달게 받겠습니다. 그 채찍과 돌팔매는 저 하나로 몰아주십시오. 그리고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혼신을 기울이고 계신 많은 과학자들과 미래 과학에 자기의 일생을 바쳐보겠다고 저처럼 열심히 꿈을 가꿔왔던 어린이들의 뜻이 꺾여지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과 정부와 여러 언론인 여러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이자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 연구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어린 호소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좀더 일찍 사실을 밝혔더라면 ‘정직한 오류’로 이해됐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이번 파문으로 자칫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성과가 매도되고 사장되지는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넷에는 황 교수를 옹호하고 격려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학계도 정부도 윤리 파문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난자 의혹’ 해프닝이 황 교수의 자아비판과 국민들의 포용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자칫 대한민국이 국수주의나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가 받지 않도록, 또 황우석 교수와 같은 연구자가 순수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이번 기회에 더욱 철저한 생명윤리 기준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