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운의 뜻을 품고

조인혜

 “포기하기에는 너무 미련이 남아서요. 이제는 정말 제대로 해 봐야죠.”

 24일 막을 내린 ‘베세토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한 모 벤처기업 연구소장의 말이다. 10년 전 중국 시장에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다가 큰 소득 없이 결국 2000년 중국에서 철수한 이 업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비즈니스는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

 이번 베세토 행사에 참석한 13개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은 중국 쪽 비즈니스를 한 번쯤은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 이 가운데 철수한 기업도 있고, 리셀러 등 간접 유통망만 갖고 있는 업체도 있지만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한다.

 3년 동안 줄기차게 중국 시장을 두드려 온 또 다른 벤처기업의 부사장은 중국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시간만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때로는 포기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 업체 역시 결론은 언제나 ‘그래도 다시 시작하자’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많은 기업이 울고 갔지만 그래도 중국은 포기하기 힘든 시장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매번 낙방하면서도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시험에 계속 도전하는 선비의 모양새와도 흡사하다. 그러나 과거 선비들은 한 번 청운의 뜻을 품었으면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7전8기 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 실패한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시도했다가 조금 힘들면 포기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도하고, 안 되면 다시 포기하는 행위만 되풀이하는 듯하다. 또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 체계적인 준비를 하기보다는 ‘찔러 보고, 아님 말고’ 식의 접근이 대부분이다.

 중국 정부 고위관리가 이번 베세토 행사 강연에서 “한국 기업들은 너무 준비없이 대충 들어오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 역사가 10년쯤 됐으니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본다. 중국을 그냥 포기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중국 시장에 정말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기업이라면 지금이라도 청운의 뜻을 품고 5년, 10년 대계를 세워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베이징(중국)=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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