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일부 전산시스템이 재난·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가동되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올해 초 현물·코스닥·선물 3개 시장이 통합해 출범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는 화재·해킹·테러 등 전산센터 마비에 대비한 재해복구센터 설치가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도 국가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 관련기관에 대해 재해복구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 전산시스템 가운데 현물과 코스닥 관련 재해복구시스템은 구축돼 있으나 선물거래와 관련한 재해복구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채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감독 관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증권선물거래소에 9·11 뉴욕 테러와 같은 긴급 사태나 불시에 닥쳐오는 자연재해 등 재난이 발생하면 선물거래는 물론이고 현물·코스닥 거래까지 중단되는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더욱이 최근 복합 투신상품이 급증해 이와 연계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 전산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KRX발 금융시스템 대란’ 발생까지 우려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선물 부문에 대한 재해복구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선물시스템과 관련된 클러스터 방식 이중화 기능과 자체 백업기능을 갖추고 있어 대형 재난·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스템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백업 기능은 데이터를 별도의 테이프 시스템에 저장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어서 관련 시스템 장애시 긴급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증권선물거래소가 재해를 당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지진과 같은 천재도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지대여서 그리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 밖에 화재나 수해 등의 재해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국내 한 증권사 전산시스템이 스프링클러 고장으로 인해 며칠 동안 거래가 중지되는 등 마비된 사례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얼마든지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또 사고를 당하더라도 재해대책을 평소에 세워둔 곳은 그렇지 않은 곳과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때 엄청난 재난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재해복구 전산시스템을 가동한 덕택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보화 시대의 전산재난은 예고가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사전에 철저하게 시스템 안전 점검을 하고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을 즉시 보완하는 일이 최선이다.
따라서 증권선물거래소는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모든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미비점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 가정이긴 하지만 증권거래소의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 단순히 거래소의 전산망에 국한된 사고가 아니라 한국 금융권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각 금융기관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차세대 정보시스템, 재해복구센터를 포함한 비즈니스 상시운용체계(BC), 바젤Ⅱ 대응 시스템 등을 도입해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와중에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시스템이 일부이긴 하지만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주식매매 등 사이버거래 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증권선물거래소 전산망의 안전성 확보는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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