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한국에 감탄하고 철저한 행사준비에 반했다.’
지난 12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 제1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9일 ‘부산선언’을 채택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IT전시회가 동시에 열려 회의 참석차 방한한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서비스와 위성 멀티미디어방송(DMB), 로봇 시연은 세계 정상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6일 톨레도 페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시작해 19일 마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숨막힌 일정을 소화해 낸 노무현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빛났다.
또 산업자원부·KOTRA 인베스트코리아·부산시 등은 활발한 투자 유치 활동으로 e베이·사이베이스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로부터 총 5억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와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에서는 투명한 기업환경 조성을 위한 결의를 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선언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애써온 APEC의 성취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남겼다.
20일 정부는 이 같은 APEC회의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해 투자환경 개선조치의 일환으로 투자환경 실태 조사를 거쳐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부산선언’과 ‘정상 특별성명’ 채택=APEC 정상들은 보고르 목표 중간점검 결과 APEC이 지난 16년간 무역투자자유화를 통해 경제성장 및 국민 후생증진을 이룩했음을 주목했다. 정상들은 또 이번 부산선언을 통해 채택한 ‘부산 로드맵’을 기초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이룬다는 보고르 목표를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날로 증가하는 지역무역협정(RTA) 및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자무역체제 강화와 보고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APEC 역내 RTA·FTA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약속한 수준보다 더 많이 자유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경제가 지속적으로 번영하려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의 발전이 필수적이며 현재 진행중인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내년 말까지 꼭 타결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사회 경제적 격차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무역자유화와 시장의 균형발전에 긴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격차 해소 및 APEC의 발전과 관련해 APEC의 지원기금으로 200만달러를 공여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각국 정상은 낙오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훈련 기회를 확충하고 정보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적극 육성, 국가 간의 과학기술이전 촉진, 정보화 협력 등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u-APEC으로 IT강국 과시=의장국인 한국은 처음으로 APEC정상회의기간에 IT전시회를 마련, IT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였다. 정상회의가 열린 벡스코와 동백섬 누리마루 하우스 일대에는 와이브로와 위성DMB 등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첨단 IT서비스를 세계 정상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됐다.
IT전시장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형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LCD TV·첨단 휴대폰 등을 전시, 첨단 한국을 알렸고 KT·KTF·SKT 등도 와이브로·HSPDA(WCDMA) 등 첨단 이동통신서비스를 선보여 각국 정상과 각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정부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전자무역·e헬스·로봇·e러닝관(교육인적자원부 공동)을 운영, 각국 정상의 관심을 끌었고 정보통신부의 하이라이트관과 디지털연못 등은 유비쿼터스의 진수를 보여줬다.
◇투자유치 실적 풍성=해외 다국적 IT기업의 R&D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투자유치 성과가 좋았다. 존 첸 사이베이스 회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년 초에 500만달러를 투입, ‘모바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솔루션 R&D센터(가칭)’를 국내에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베이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영총괄본부를 서울에 설치키로 합의한 것을 비롯해 홍콩의 뉴월드TMT 등 6개 기업과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부산시·인천 경제자유구역청·KOTRA 등의 성과를 합치면 총 12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CEO서밋에서는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한 세계 정상들의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며 17, 18일 각각 한 차례씩 마련된 ‘정보통신기술(ICT)과 지식기반경제’ 세션에선 역내 각국에 ICT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를 촉구하는 등 역내 경제발전에 ICT의 활발한 활용을 요청했다.
부산=주문정·김준배기자@전자신문, mjjoo·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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