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독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 재현을 위해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아드보카트 감독. 그는 요즘 선수조련 및 전략 수립과는 별도로 축구경기 관람에 여념이 없다. 2002한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 등 ‘흙속의 진주’를 발굴, 4강 신화를 일궈냈던 히딩크 감독처럼 숨어있는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경쟁 속에서 상대 기업에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지려면, 보다 효율적인 차기작 소싱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 특히 최근들어 네오위즈, CJ인터넷, NHN 등 경쟁 퍼블리셔들이 전도 유망한 개발사를 선점, 두 회사 역시 다양한 소싱 시스템을 통해 차기작 발굴에 나서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막강 자금력과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소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엔씨는 미국의 자회사인 ‘엔씨오스틴’과 ‘아레나넷’을 거점으로 미국 시장에서 차기 유망주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엔씨의 공격진을 형성할 ‘타뷸라라사’ ‘시티오브 히어로’ ‘시티오브 빌리언’ ‘오토 어썰트’ 등이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다. 최근 일본 SNK와 전략적 제휴, 앞으로 선발진에 가세할 ‘킹오브파이터’ 역시 마찬가지. 최근엔 이례적으로 국내 스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한 프로젝트 투자 경쟁에도 동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맞선 넥슨의 전략은 자체 개발, 즉 ‘인하우스’ 시스템이 핵심이다. 수평적이고 자유 분방한 넥슨 특유의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 차기 유망주를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는 형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다름아닌 넥슨만의 프로젝트 발굴 체계인 ‘허들 시스템’이다.
이는 전직원 누구든지 머릿속에서 짜낸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지기까지 마치 육상의 허들 종목처럼 여러 단계의 심사 과정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주 사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까지 ‘될성 싶은’ 차세대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기꺼이 ‘허들’ 역할을 한다. 3∼4개의 허들을 통과한 프로젝트엔 과감한 투자와 고급 인력이 투입된다.
‘넥슨이 만들면 뭔가 다르다’는 얘기가 이렇게해서 탄생한 것이다. 넥슨의 관계자는 “지금도 수십개의 기획 아이디어가 생사를 건 허들 돌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출시 이후 시장 경쟁보다 내부 심사 과정을 극복하는게 더 힘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넥슨은 최근 ‘워록’ ‘루니아전기’ 등에서 보듯 적극적인 외부 영입(소싱)을 병행하는 쪽으로 노선을 전환, 주목된다. 엔씨의 글로벌 소싱이냐, 넥슨의 인하우스 시스템이냐. 이같은 차기 유망주 발굴 시스템이 두 회사의 향후 피말리는 승부 결과를 새로운 각도에서 예측케하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마치 월드컵 한·일 전을 관람하는 듯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라이벌 구도는 팬, 즉 유저층의 지지도측면에서도 확연하게 구별된다. ‘리니지’ ‘리니지2’ ‘길드워’ ‘COH’ 등 주로 MMORPG류와 같은 하드코어게임을 주로 서비스한 엔씨의 지지층은 20대 이후의 남성 중심이다.
반면 ‘카트라이더’ ‘비엔비’ 등 다양한 캐주얼 게임으로 중무장한 넥슨의 팬들은 주로 10대들이다. 물론 넥슨은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택티컬 커맨더스’ ‘어둠의 전설’ 등 하드코어 계열의 서비스 게임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주 유저층은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이다.
엔씨와 넥슨의 이같은 차별화된 유저층은 강점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신규 유저를 끌어모으는데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세는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엔씨가 게임포털 ‘플레이엔씨’를 오픈, ‘스매쉬스타’ ‘SP JAM’ ‘토이스트라이커즈’ ‘엑스틸’ 10대 및 여성 취향의 캐주얼게임을 잇따라 라인업하면서 넥슨 고정팬 흡수에 전략적으로 나선 탓이다.
엔씨는 특히 최근엔 SNK와 손잡고 아케이드 시장에서 1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대전 격투게임 ‘킹오브파이터’의 온라인 버전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 밝혀 노골적으로 넥슨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넥슨의 반격도 만만찮다. 20대 이후 청·장년층 유저층을 확보하지 않고는 미래가 어둡다는 판단아래 전략적으로 엔씨의 텃밭인 고연령 남성팬층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슨은 ‘제라’를 신호탄으로 향후 MMORPG·FPS·RTS 등 하드코어 게임 라인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씨와 넥슨의 경쟁구도가 축구의 포지션싸움처럼 전방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그런만큼 각사의 이미지를 쇄신과 다양한 팬층 확보를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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