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과 박태민 ‘양박저그’를 중심으로 마재윤이 뒤를 받치던 저그 전성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두번씩이나 제패한 ‘투신’ 박성준의 부진과 ‘운영의 마술사’로 화려하게 재기한 박태민의 무뎌진 운영으로 4대 천왕은 물론 누구와 싸워도 질 것 같지 않던 양박저그의 위세는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이다.
‘가을의 전설’은 전설 그대로 프로토스 오영종으로 이어졌고, 임요환과 이윤열, 전상욱 등 테란의 부활과 상승세는 다시금 저그를 더 깊고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화려했던 저그 시대가 박성준과 박태민에 의해 시작됐다면 이 둘을 중심으로 세워진 저그 왕국도 두 주인공의 부진을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 싸움꾼 저그의 모습은 어디갔나
박성준(POS)은 최근 석달 동안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를 통틀어 5할대에도 못미치는 성적이다. 이달 11월까지 8개월 이상 유지하고 있는 KeSPA 공식 랭킹 1위 자리가 위태롭게 느껴진다. 가장 최근에는 MBC게임 서바이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 9월 WCG2005 한국대표선발전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쳐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이후부터 각종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연성에게 내리 2패하며 ‘So1 스타리그’ 8강에서 주저앉았고, KeSPA컵과 프로리그에서는 연달아 김준영 등 신예급 선수들에게 패하면서 팀내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도 입었다.
특히 김준영, 김민구 등 신예 저그와 최연성, 나도현 등 라이벌로 여겼던 테란에게 에이스 결정전이나 대표선발전 등 결정적 순간마다 덜미를 잡혀 ‘정말로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게 사실. 비록 지난달 말 온게임넷 듀얼토너먼트 2라운드에서 살아남아 차기 스타리그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예전 퍼펙트한 살인병기 에일리언의 이미지가 되살아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이와관련 박성준은 “최근 시즌에는 상대적으로 맵이 좀 어려웠던 것 같고 신경쓸 일도 많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런걸 극복해야 좋은 성적이 나오고 우승도 하는 것이기에 다음 시즌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자리의 경우 2, 3위와 100포인트 이상으로 크게 벌리며 유지하고 있지만 이윤열 등 무서운 상승세로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을 감안할 때 절대 롱런할 형편은 아니다.
# 대표급 저그 팀플전에서만 명맥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SK텔레콤 T1)의 부진도 저그 시대를 어둡게 만든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말부터 박성준과 함께 저그 전성시대를 열었던 주인공 박태민은 지난달 말 온게임넷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 2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지난 대회에 이어 연거푸 스타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쓴맛을 보고 말았다. 개인리그 성적 부진과 맞물려 프로리그 개인전 및 팀플전 출전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달 16일까지 집계한 스카이프로리그 후기리그에서 개인전에 단 3번 출전해 2승1패, 팀플전에서는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SK텔레콤 T1으로 스카우트 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홍진호, 조용호, 성학승 등 간판급 저그 플레이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개인리그 또는 개인전보다는 프로리그 팀플전에 주력하는 것도 저그시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다. 비록 얼마 전 싸이언MSL 승자 8강전에서 성학승과 조용호가 각각 박정석과 서지훈을 꺾고 승자조 4강에 진출했지만 성학승의 경우 SK텔레콤 T1으로 이적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조용호 역시 개인전 기용은 극히 드물었다.
‘폭풍저그’ 홍진호(KTF 매직엔스)의 경우 올들어 프로리그 팀플에서는 12승 4패라는 호성적을 냈지만 개인전에는 불과 5번 출전해 2승 3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조용호 역시 팀플에서는 16승 7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개인전은 단 한경기에 출전해 1패만을 기록했다.
지난 여름 우주배 MSL 우승으로 잠시나마 저그 전성시대의 맥을 이었던 마재윤(GO)의 경우 서지훈과 함께 소속 GO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히고 있지만 프로리그에서는 전후기를 통틀어 15승 15패로 5할대 성적에 그친다.
실제로 그나마 현재 저그 선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의 대부분은 이창훈, 안석열 등 팀플전 전문 선수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 종족의 미래 10대 기대주도 적어
프로토스와 테란의 경우 차세대 대표급 선수들이 속속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저그는 마재윤과 김준영 이후 뚜렷한 성적과 기량을 나타내고 있는 개인전 기대주가 많지 않다는 점도 저그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프로토스의 경우 오영종, 박지호, 송병구 라는 신 프로토스 3인방 외에 박대만, 안기효, 박종수, 김선묵 등 나이를 불문하고 재목감이 많다. 테란 역시 10대 전상욱을 선두로 변형태, 이학주, 김선기, 진영수 등 언제든 한방 치고 올라올 예비스타가 즐비하다.
반면 저그의 경우 최근 박명수·찬수(KOR) 쌍동이 형제 저그와 김민구(KTF매직엔스)가 주목할 만한 저그로 뜨고 있지만 개인전 성적의 경우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박성준과 마재윤, 김준영 등이 모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비교적 어린 나이지만 테란과 프로토스족에 비해 뒤를 받쳐주는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얇다.
과연 저그들의 반란이 다시 시작될 것인지 아직은 기약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다. 하지만 양박의 화려한 부활과 중간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 기량을 강화한다면 강인한 저그종족을 부활이 어려운 것 만은 아닐 것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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