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뭐 이런 게임도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별의 별 소재까지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적당히 말만 좀 되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오늘도 열심히 그래픽과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그들. 그 가운데 하나가 1985년 닌텐도에서 발표한 ‘팔씨름’이다.
혹시 종로와 신촌, 홍대 바닥을 자주 들락거리는 독자라면 알 것이다. 커다란 기계에 인상 쓴 대머리가 팔을 떡 내밀고 한판 붙어 보자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오락실이 있다는 것을. 이 게임은 지금 소개하는 ‘팔씨름’의 최신작이라고 할까. 하여튼 컴퓨터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계팔을 따로 만들 수 없기에 키보드로 조작을 해야 한다.
‘팔씨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게임 가운데 조작이 가장 단순하다. 오로지 상대가 힘을 주는 반대방향으로 화살표 키보드를 연타만 하면 된다. ‘살인의 추억’에서 백광호가 30cm자를 이용해 연타를 했던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지만 열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손가락 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게임을 소개한 모 사이트는 주의 사항에 ‘너무 열중하시면 키보드가 고장날 우려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달렸있는데, 그 말 그대로 수염난 카우보이만 이기면 너무 열중하지 말자.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그 다음 차례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의외로 재미있다. 조작감이나 그래픽, 스토리, 프로그래밍 등 모조리 평균 이하이지만 불타는 경쟁으로 유저를 몰아 붙인다는 점에서 재미를 준다. 재미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만 결국 오랜 시간 열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은 닌텐도가 왜 재미있는 게임의 산실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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