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SW 고급인력 키우기

 물(水)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물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 시들고 죽어가는 것들도 물을 접하면 금방 살아난다. 시장에 가면 생선과 야채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모두 싱싱함을 위해서다.

 물은 또 유연하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그냥 돌아간다. 겸손함까지 갖췄다. 절대 위로 흐르지 않는다. 마냥 밑으로만 간다. 웅덩이가 있으면 이를 우선 채운 뒤 흘러간다.

 물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것은 빈 곳을 채우고 돌아가는 물의 속성이 ‘사람 키우기’와 비슷해서다. 빈 곳을 채우고 나서야 흐르는 물은 어떤 일이든 시간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는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만난 국내 최고 대학의 한 교수는 “고급인력이 컴퓨터공학과에 안 온다”면서 “이래서는 영원히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실제 서울 상위권 대학의 컴퓨터 전공 대학생수는 계속 감소세다.

 ‘소프트웨어 주권국가’를 모토로 내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전문가 모임을 가졌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단지 소프트웨어 고급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총론만 확인했을 뿐이다.

 흔히 소프트웨어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거론하는 것이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다. 이에 따르면 군수·항공·통신·자동차·가전 분야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40%에 달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수준은 미국·인도 등에 비하면 한참 열세다. 질은 고사하고 양적인 면에서도 상대가 안 된다.

 그나마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사람은 ‘장기 프로젝트’다. 우리 속담에도 1년을 내다보면 곡식을 심고, 2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면 사람을 키우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지 말고 대학·기업·정부·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렵지만 이 문제는 제대로 꼭, 풀어야 한다. 그래야만 ‘특별한 내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