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파란 물결이 춤추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 초겨울 바닷바람이 다소 차갑다. 하지만 APEC 행사가 열리는 이곳에서는 디지털 홀씨 날리기가 한창이다. 이번 APEC 행사에 참석하는 21개국 정상을 비롯해 각료·CEO 등을 향해 날려 보내는 디지털 홀씨다.
이번 행사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IT미래상이다. 이미 APEC 행사장에는 한국의 첨단 미래 IT꽃이 만개했다. 어제도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잇따라 한국에 도착했다. 오늘도 정상들이 한국에 온다. 이번 행사의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이나 디지털 홀씨를 날리는 정보통신부 등 민·관 관계자들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특히 만찬장 입구에 설치한 IT전시관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IT전시장에는 첨단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1815평에 달하는 전시장에는 8개 주제관(하이라이트·u포트·e러닝·e헬스·로봇·전자무역·디지털콘텐츠·전자정부)과 4개 기업관(삼성·LG전자·KT·SK텔레콤)이 들어서 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비롯해 세계 최대인 102인치 PDP, 말귀 알아듣는 로봇 등 다양하다. 우선 와이브로는 시속 60km 이상 달려도 노트북PC 등 휴대형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제주도에서 열린 ‘삼성 4G 포럼 2005’에서 시속 100km로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연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KT와 SK텔레콤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KT는 내년 4월 우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KT는 행사장인 해운대구 일대에 와이브로 기지국 9개와 중계기 11개를 세워 4km에 달하는 ‘와이브로 벨트’를 구성했다. 고무적인 점은 이 와이브로가 12월께 국제표준으로 공식 채택될 것이라고 한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가 올 9월 대만 회의에서 최종 표결을 거쳐 와이브로 기술을 대다수 반영한 휴대인터넷 기술 표준을 완성해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확정했다”며 “다음달 이러한 내용의 기술 표준 내용을 담은 책자 형태로 공식 발간하는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수출에도 유리하다.
이번 행사 기간에는 위성 DMB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미 APEC 회원국 정상 및 각료·CEO·내외신 기자 등 500여명에게 위성DMB단말기를 나눠주어 이들이 한국의 디지털기술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3.5세대 이동통신 고속하향패킷전송망(HSDPA) 등 최신 통신기술도 선보였다. 이런 것은 우리 IT기술력의 쾌거라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경제적 실리도 얻어야 한다. IT강국인 한국의 개방적인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려 외자 유치 등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손님맞이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자칫 이번 행사가 외화내빈이 되지 않도록 냉철해야 한다. 우리가 최고라며 큰소리칠 수 있다면 당장 기분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면 낭비가 될 수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IT가 재도약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부산 APEC에서 세계를 향해 날려 보내는 디지털 홀씨가 해운대의 파란 바닷물처럼 IT불루오션으로 가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APEC IT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디지털 홀씨’라는 조형물도 보람을 느낄 것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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