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4)­정부 시각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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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중심 정책을 벗어나 실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서비스 중심으로 정책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집으로 손쉽게 전송, 감상하는 디지털액자 서비스.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모습을 곁에 두고 보고 싶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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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전·방송·통신·컴퓨터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는 디지털컨버전스는 업계의 오래된 논란거리다. 가전·통신은 인간과 기기를 어떻게 연결하는가가 늘 고민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에서 나오던 로봇을 이용한 식사장면처럼 해프닝도 있었다. 홈네트워크는 편리한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있는 한 영원한 숙제다.

◇홈네트워크가 왜 부상했나=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통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정책개발에 매진했다. 정통부 역할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었고, 대표적인 ‘복합산업’인 홈네트워크서비스가 선택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2007년까지 국내 전체 가구 수의 60%에 해당하는 1000만 가구를 대상으로 기기·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홈네트워크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야심만만했다. 2007년까지 홈네트워크 사업부문에서 생산 10조4000억달러, 수출 46억 달러, 세계시장 점유율 13.6%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내놨다. 정통부 정책은 3단계로 구상됐다. 도입기(2004∼2005년)에는 유선네트워크를 토대로 단순 인터넷 접속서비스 중심의 홈네트워크를 구성해 원격제어·보안서비스를 구현하며, 성장기(2006년)에는 홈게이트웨이를 중심으로 데이터·AV·제어 등 실제 하드웨어 구성을, 성숙기(2007년)에는 홈게이트웨이·홈서버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수정을 거쳐 확산기(성장기)가 2008년으로 1년 연장됐고, 본격적인 성숙기는 2009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원인은 사업주체들의 사업성 검토가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사업상 지연은 연쇄적인 문제를 낳았다. 가장 큰 문제는 홈네트워크에 매달린 중소기업들의 제품 판로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었다.

 ◇홈네트워크, 시범사업만 남아=정통부는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을 했다. 시범사업은 통신·방송·건설·가전 등 관련업체들이 참여해 가능성 있는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 모델을 발굴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물론 이기종 정합 등 제품간 호환성 시험과정도 포함됐다. 재원은 정부와 컨소시엄 간 매칭펀드로 조달됐다. 한국홈네트워크산업협회를 통한 기업 간 표준활동도 병행됐다.

정부가 추진한 시범사업의 내용을 살펴보자. 컨소시엄 주체인 KT와 SKT를 포함해 80개 업체가 총 325억원을 들여 13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제공된 서비스는 사업자별로 정보가전 제어, 원격검침 등의 홈오토메이션 위주의 20여개에 불과했다. 소비자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재미있고, 흥미있는 꺼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사업자들은 소비자 흥미를 유발시키기위해 VOD서비스나 에듀테인먼트를 강화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콘텐츠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저작료 지불 문제가 치명적이었다. 사업자들은 시범사업결과에 곤혹스러워했다. 고객의 반응은 기대이하였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했어야 할 시범사업은 결국 325억달러 짜리 기술 시연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업중심으로=홈네트워크 서비스의 주체는 고객이다. 콘텐츠를 서비스사업자가 제공하는게 아니라 고객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고객을 수준이하로 평가했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지연은 기술문제가 아니라 마케팅 문제였다. 시범사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기술과 기술을 연결,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2년을 헛되게 보냈다.

디지털시대의 사용자는 소비자인 동시에 정보 생산자이다.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영화나 오락이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광화문 촛불시위’, ‘월드컵 응원 열풍’ ‘떨녀’,‘딸기녀’, 연예인 ‘한가인’ 등은 포털사업자나, 방송이나, 통신사업자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그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사용자들이었다. 사용자들은 이미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평가하며, 스스로 최대의 히트상품을 만드는 개인 프로덕션으로 성장해 있다. 정부의 홈네트워크 정책은 이제 기술진화가 아닌, 사용자 라이프 스타일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용자들은 재미만 있다면 느려터진 전화접속을 통해서도 동영상 콘텐츠를 다운받을 용의가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전문기업 `코맥스`

코맥스(대표 변봉덕 www.commax.com)는 지난 1968년 중앙전자공업사로 설립된 회사다. 인터폰을 시작으로 도어폰, 비디오도어폰, 홈오토메이션, 홈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상정보통신의 역사와 함께했다.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미래비전을 설정,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코맥스 홈네트워크 전략은 3단계로 구분된다.

▲홈네트워크 기업전환=2001년부터 2003년까지 비디오 도어폰 위주 기업 구조를 홈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연구소 및 영업인력이 대거 홈네트워크 사업에 투입됐다. 단순한 형태의 홈오토메이션으로는 미래 시장에 대비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홈네트워크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정통부 주관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에 KT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KT 기술연구소와 홈네트워크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인프라 구축=2004년부터 2006년까지를 홈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기간으로 잡았다. 코맥스의 장점은 건설사와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축아파트는 물론 신축아파트에 가정내 각종 전자기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비디오폰을 납품하고 있다. 신설 아파트와 기축아파트를 대상으로 홈네트워크 수주전에 나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축 주택인 의왕 주공아파트 및 광주 과학기술원 사택, 용인 새천년 주공아파트 등 총 100세대에 무선 가스·조명·진료·방범 서비스를 구현했다. 최근에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잠실의 갤러리아 팰리스 907세대에 자체개발한 홈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처럼 대형 아파트단지에서 코맥스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가정내 비디오폰을 통해 다양한 가정내 홈오토메이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코맥스는 현재 비디오폰을 홈네트워크 서버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수립, 다양한 단말기를 개발하고 있다. 보안과 청소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 연구도 함께 진행중이다.

▲국내외 시장확대=2006년 이후부터는 국내외 홈네트워크 시장 확대에 주력하게 된다. 주공 및 민영 건설사 홈네트워크 현장뿐만 아니라, 기축 주택에도 무선을 이용한 홈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에 다수 포진한 현지 사업자와 함께 고급 공동주택과 고급아파트를 대상으로 홈네트워크 수주전에 나설 예정이다. 주력시장은 중국이다. 코맥스는 이미 중국 복주시의 고급아파트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수주, 2006년 이후 시공에 들어간다.

코맥스의 목표는 홈네트워크 토털 솔루션 제공업체다. 홈네트워크 관련 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주변기기와의 연동 및 제어,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까지 욕심을 내는 일은 당연하다.

◆인터뷰-변봉덕 코맥스 회장

-내년도 사업전략은

▲40여년 함께 한 건설사와 통신업체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다. 해외에서도 100여개 국에 에이전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마케팅 강화가 관건이다. 홈오토메이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코맥스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신사업을 구상중이다. 홈네트워크용 서비스 로봇도 관심이 높다.

-컨버전스에 대비한 대기업의 홈네트워크 시장 진입이 거세다.

▲컨버전스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고유 업종 구분이 붕괴됐다. 기술·정보·마케팅 네트워크로 대응하려 한다. 홈네트워크는 사람이 사는 공간의 문제다. 유럽의 건물은 100여년 이상 됐다. 적어도 1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서비스 문화를 구현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는 40여년간을 가정 내 홈오토메이션 시장에 전력투구를 했다. 어떤 게 빠른 움직임인지 안다.

-해외 홈네트워크 시장 전망은

▲해외에는 아직 흑백 비디오폰, 단순한 도어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이 6∼7년 정도 빨리 진화한다.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 특히 중국 고급아파트에서 성공가능성이 크다. 현재 현지 에이전트와 중국 시장 확산을 위해 노력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