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산업스파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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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시도하는 산업 스파이가 급증하고 있어 조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와 관련 기관에서는 반도체·LCD·휴대폰 등 우리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산업 스파이의 각축장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첨단 기술 유출건은 사후 처리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며, 기업들의 인식 확산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스파이 적발 급증=15일 국가 기관에 따르면 산업 스파이 사건 적발 건수는 2001년 10건, 2002년 5건, 2003년 6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6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10월까지 27건에 달하는 등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산업 스파이 적발은 3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발되지 않은 스파이 활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산업 스파이 적발 건수는 총 85건이다.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예상되는 피해액은 7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분야별로는 첨단 기술이 밀집된 전기전자가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보통신이 27건, 정밀기계가 10건, 생명공학과 정밀화학이 각각 5건, 기타 4건 등이었다.

 ◇방법 다양화·내부의 적=기술 유출자는 전직 직원이 50건, 현직 직원이 26건, 유치 과학자가 6건, 기술 고문이 3건 등이다. 기술 유출 유형별로는 연구원을 매수한 사례가 68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동 연구 7건, 위장 합작 5건, 기술 자문 3건, 불법 수출과 해킹이 각각 1건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첨단 기술 유출 시도가 대형화되고 있어 지난 7월 국내 반도체 업체의 퇴직 연구원 7명이 기술을 유출해 중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했던 사례는 기술이 유출됐다면 피해 금액만 1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기술 유출 사건이 늘고 있는 이유로 사회 전반에 걸쳐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일부의 도덕적 해이에다 기업의 보안 노력 및 연구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미흡한 점 등을 꼽았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표류중=산업 스파이가 늘고 있지만 처벌 형량이 낮고 국책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기술 유출이 발생할 경우 처벌근거가 미흡한 것 등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영업기밀유출방지법 이 외에는 뚜렷한 처벌 조항이 없고 적발시 형량도 18개월 이하가 대부분”이라며 “우수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 선진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등은 기술 유출자에 대해 형량을 높이고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매각시 사전 승인을 얻게 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제정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 왔다. 반면 재계 등 일부에서는 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M&A 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법제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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