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고령화와 유비쿼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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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는 수십년 전 인구밀도가 높던 그 당시 산아제한 정책을 위해 정부가 주장했던 구호다. 당시 한국 정부는 평균 5∼6명의 자녀를 낳는 국민의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불임수술을 장려하는 등 각종 반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이런 정부의 의지가 먹혀들었는지 몇십년 지나지 않아 한국은 저출산 국가로 전락했다. 요즘 정부는 두 명 이상 자녀를 낳는 부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저출산 현상으로 한국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즉 전체 인구 중 노인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대가족 제도의 붕괴에 따른 핵가족화와 전통적인 노인 공경의식 퇴색 그리고 나약한 노인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노후 생활을 즐기기 위한 인프라의 확충과 연금제도의 성숙 등 고령화 사회에 따른 문제점은 지금 한국에서는 현재형이다.

 이런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도심 초등학교마저 정원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폐교하거나 다른 학교와 통폐합될 것이며 버스는 3분의 1이 노약자 자리라고 표시될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또 도심은 노인 아파트로 채워지고 노인 놀이공원, 노인을 위한 원예치료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령친화산업도 사회의 중심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노령화가 지속될수록 고령 친화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고령친화산업이라는 금광에서 노다지를 캐낸 사례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고령친화산업이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실제 수요자는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노인 요양보장보험 등 관련 산업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재정확보 등 현실화에 따른 문제점이 여전히 많다.

 그럼 무엇이 향후 고령친화 산업을 뜨겁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디지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고전 산업사회를 ‘0과 1’이라고 하는 혁신과 공개화가 지배하는 디지털로 바꿔 놓았던 것처럼, 디지털은 일반인의 가정 및 직장 생활과 차별되는 노후 생활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힘을 주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컴퓨터에 접속해 삶에 필수적인 정보를 정보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다. 이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노인에게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 속에 노인들은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까지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모든 생활을 편안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될 수 있는 ‘전자신분증’이나 ‘전자태그(RFID) 기술’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노인들의 생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노인들이 위험한 순간에 빠지면 즉각 파악해 경보를 울리고 혼자 있을 때 불이 나면 재빨리 공간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 유비쿼터스 기술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현실화해 줄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은 바로 생물학·공학·식품학·원예학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학문이 총 망라된 분야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령친화산업을 ‘생활산업’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을 접목하면 국내 고령화산업의 미래가 밝음은 자명한 일이다.

◆한국유니시스 강세호 사장 kangseho@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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