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IPCA

PC방 업계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회장 박광식)가 게임 유료화 문제를 두고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IPCA는 불매운동 등 그동안의 강경일변도의 투쟁이 계속될 경우 PC방 업주들은 물론 게임사까지 함께 고사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게임사와의 타협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나 회원들은 이같은 방침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도 IPCA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IPCA측은 금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여서 이렇다할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회원사들은 매출하락을 우려해 결사 항전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의욕적으로 출범한 IPCA 3기 집행부로선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IPCA는 최근 네오위즈(대표 나성균)와 ‘스페셜포스’의 대회 전용 프리미엄 서비스인 ‘건빵’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업무 제휴를 맺었다. 이를 두고 게임 업계와 PC방 업주들은 경악하고 있다. ‘건빵’ 서비스는 네오위즈가 작년에 ‘PC방 평생 무료화’ 선언을 한 ‘스페셜포스’의 별도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비록 선택 가입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e스포츠와 연계된 서비스인데다 PC방 이용객들이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져 PC방업주들이 기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동접 10만의 대박게임임에도 불구 PC방 특수를 얻지 못하는 네오위즈의 묘수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이에따라 그동안 넥슨의 ‘카트라이더’에 대해 불매운동과 실력행사를 벌여가며 유료화에 결사반대를 외쳐온 IPCA가 유료화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PC방 업주들은 물론 게임업체들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페셜포스’가 현재 PC방 점유율면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게임사와의 상생은 회장 공약(?)

사실 IPCA 3기 집행부가 게임업체의 유료화를 언젠가는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지난 3월 취임한 박광식 회장이 내걸었던 선거공약중 하나가 게임업계와의 상생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IPCA의 조광혁 사무국장은 “그동안 게임 업계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온 결과, PC방 업주들과 게임업계의 대화통로는 완전히 차단됐다”며 “비록 이번 건빵의 서비스 조건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협회가 처음으로 인정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장께서 취임전부터 게임사와의 상생을 공약했다”며 “합리적인 수준이면 유료화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해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넥슨 ‘카트라이더’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이에 참여한 회원업소들은 손님이 줄어들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한 수의 이탈업소들이 나와 IPCA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조 국장의 설명은 IPCA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국장은 “이번에도 또 불매운동을 한다면 콘텐츠 하나가 사라지는 것 외에 달라지는 점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 ‘스페셜포스’가 시장점유율 1위인데 더 이상 불매운동을 할 여력이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건빵 서비스가 PC방 활성화에 도움을 줘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회원들 배신감에 협회 성토

IPCA는 이번 네오위즈와의 제휴를 통해 한가지 기대하는 점은 회원사들에 대한 요금 40% 할인이라는 조건을 얻어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를 통해 회원사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게임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IPCA측에 따르면 업무 제휴 직후인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5일만에 400여개 업소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문제는 ‘스페셜포스’만큼은 무료 서비스가 계속될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회원 업주들의 반발이 만만치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PC방 업주는 “‘스페셜포스’만큼은 끝까지 무료로 서비스될 줄 알았는데 배신당한 느낌”이라며 “협회마저 게임업체의 손을 들어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협회 한 관계자는 회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IPCA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협회를 비난하는 회원들의 게시글과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ID do0love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네오위즈와 협회가 야합해 보이지 않는 총과 칼로 우리의 목숨을 노린다며 흥분했다. ID yoo8807는 PC방은 피시시설대여업체이며 손님 게임비 대주는 곳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ID pear7988은 협회가 일을 추진하기 전에 회원들과 충분히 상의했다면 많은 전략이 나왔을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고 이번 건을 원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ID plaza614는 이제 그 어떤 게임이 유료화한다해도 탓하지 말자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다 자업자득이라고 한탄했다.

# 일각서 커미션설까지 등장

상황이 이쯤대자 업계 일각에서는 회장단이 게임사로부터 뒷돈(커미션)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요즘 게임사에서 영수증 처리 안 되는 돈이 있냐”고 반문한 뒤 “협회에서 사장이 아니라 실무진을 만나고 있고 커피 값마저 일부로 협회서 내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같은 턱없는 주장이 퍼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선거 휴유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번 ‘스페셜포스’ 유료화 정책으로 인해 IPCA 3기 집행부는 다시한번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IPCA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듯, 현재 박 회장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잇따라 성명서를 게제하고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설득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조 국장도 “앞으로 계속해서 후속 대책이 나오면 회원들이 결국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IPCA의 내홍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향후 IPCA 자체는 물론 PC방과 게임업계의 관계 정립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네오위즈가 최근 PC방을 대상으로 발표한 건빵 서비스는 ‘스페셜포스’의 PC방 대회 지원 시스템으로 기존 서비스와 달리 유료로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개념인 이 서비스는 각 PC방에 실전 대회 환경을 지원하며 PC방 이용객들이 지역 기반의 PC방 대회를 거쳐 본선 무대로 진출하토록 하는 대회 구조로 만들어졌다.

즉 네오위즈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인 커리지 매치 예선전뿐 아니라 ‘스페셜포스’ 모든 대회 예선을 건빵을 통해 치르도록 해 건빵을 향후 ‘스페셜포스’ 프로게이머 배출과 양성의 등용문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네오위즈측은 이 서비스가 그동안 PC방이 자체적으로 1000여건의 ‘스페셜포스’ 대회를 진행해왔으나 매번 대회가 단발성으로 그쳤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빵 PC방은 30IP 기준 13만원(부가세 별도)이 될 예정이며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회원의 경우, 40% 인하된 가격에 공급받게 된다.

이 서비스와 상관없이 기존 ‘스페셜포스’는 PC방과 일반인 모두에게 계속 무료로 서비스 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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