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흔들리는 원자력연

박희범

 “밤에 잠 한숨 못잤다. 원자력 연구에만 전념해 온 지난 33년이 후회스럽다. 그 연구들이 그렇게 나쁜 짓이었나.”

 최근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해수담수화 원자로(스마트) 부지 선정 과정과 연구단지에 보관돼 있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부실 저장 논란에 휩싸여 있는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이 8일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자괴감 섞인 소회를 피력하며 던진 말이다.

 박 소장은 “스마트 원자로가 문제가 있고,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위험하다면 연구소 부지 안에서 건강하게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4000여명의 직원이 아무 불만 없이 일할 수 있겠냐”며 “그것만 봐도 안전성은 입증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해수담수화 원자로 관련 기술이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연구비까지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소의 업무수행에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박 소장의 하소연이었다.

 각종 원자력 시험시설을 건설, 운영하면서 기술 개발하는 일이 연구소의 주된 임무 아니냐는 것.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 부지는 원자력연구소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건설 인허가를 관계 기관에 문의한 상태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연구원들에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연구 자체를 진행하지 말라고 지시해 놓고 있다. 원자력 관련 정보는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한 번도 속이려는 짓을 해본 적도 없고, 감추거나 순간을 적당히 넘기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전기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 기술의 자립화를 일궈낸 것이 원자력연구소이며, 최근엔 암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돼 온 원자력연구소는 지금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혐오시설로 분류하기까지 한다.

 본연의 업무를 둘러싸고 갈림길에 서 있는 연구소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제는 국민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인 듯하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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