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고 있는 ‘유비쿼터스’란 화두에 대해 일본은 시공자재(時空自在), 중국은 수의수자(隨意數字), EU는 지능적 환경(Ambient Intelligence)이라고 풀이했다. 나도 유비쿼터스를 해석하는 방식이 있다.
4년 전 전자신문사에서 올해의 뉴스메이커로 본인을 다루면서 ‘u코리아 혁명의 선봉장’이라는 영광의 수식어를 선사한 후 여러 자리에서 u전도사, u교주라는 야한 농담을 듣곤 했다. 급기야 지난 주말 ‘2005 미래전략포럼 심포지엄’ 석상에서는 u구세주라는 도를 넘은 진한 농담까지 건넸다. 한낱 억조창생의 축생에 지나지 않기에 내심 싫지는 않았지만, 뜻밖의 상황을 접하고 보니 내친 김에 완장 두른 마음으로 약간의 소회를 피력해 두기로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일반화된 것은 나를 중심으로 지난 10년 이상 지속된 ‘주말 연구회’의 성과를 2002년 전자신문 창간 20주년 기념 미래기획 시리즈 ‘21세기 어젠다 u코리아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면서부터일 것이다. 혹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이 개념을 빌려온 것쯤으로 헐뜯을지 모르지만, 이때 50여회 지속된 연재는 순수한 창조적 성과물이다. 이를 묶은 u총서 시리즈 1권 ‘유비쿼터스 IT혁명과 제3공간’은 4년이 지났지만 그 질적 수준은 지금도 u코리아 바이블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 u코리아에 대한 나의 구상은 지난 99년 화병(실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유비쿼터스의 아버지 마크 와이저가 꿈속에서 영감을 준 것에서 시작됐다. 그는 꿈속에서 모래 알갱이 같은 수천, 수조개의 초소형 컴퓨터가 지천에 깔리고 현실공간 구석구석으로 파고드는 21세기 컴퓨팅의 세계를 선연하게 보여주면서 영어를 못 하는 필자에게 친절하게 우리말로 현몽해 줬다. 그가 보여 준 u세계는 다종다양한 컴퓨터가 마치 때를 만난 정자가 난자를 향해 천군만마의 기세로 일제히 돌진하는 형국 그대로였다. 그 후 유비쿼터스 정자들의 속삭임에 나의 불면의 나날이 계속됐다.
우리 연구팀은 현재 물리공간을 제1공간, 인터넷 혁명 이후의 사이버 공간을 제2공간 그리고 유비쿼터스 IT로 제1공간과 제2공간이 대융합하는 신세계를 제3공간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물리공간 중심의 인류의 흥망성쇠를 제1공간 혁명으로 20세기 후반 인터넷 혁명 이후를 제2공간 혁명으로, 또 유비쿼터스 시대를 제3공간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인류역사의 발전 패러다임을 재단하려고 노력했다.
이와 동시에 광대역(브로드밴드) IT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도전을 ‘유비쿼터스 IT혁명 전략’이라고 이름지었다. 또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ETRI 동료와 전자신문사의 도움을 받아 3년 전 ‘u코리아 포럼’ 창설에 매진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당시 포럼 창립 전날 밤에도 마이크 와이저는 세계 최초 국가전략 차원의 u연대모임 결성은 선구적이고 향후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격려해 줬다. 그의 현몽이 맞아떨어져서인지 포럼 행사에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지지하는 시민(유비티즌)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나는 새로운 IT패러다임을 구상하고 있다. 그것은 바이오IT와 유비쿼터스IT의 대융합 기반 위에 BT·NT와 같은 일련의 응용 IT기술의 접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차세대 기술들은 영(0), 하나(1), 무한대(∞)의 가치를 각각 실현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이 기술과 가치가 서로 공존하며 발생하는 정보화 비전과 신 IT구상을 일단 ‘공명하는 IT코리아(Resonant IT Korea)’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상황·장소를 최적조건으로 연결하고 안심·안전하게 제공하는 레조넌트 톱 네트워크(Resonant TOPs Network) 기반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원규 ETRI 유비쿼터스 IT전문위원 wgha@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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