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IT 강대국이 됐다. 인터넷 인구 면에서나 IT 관련 각종 지수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지 오래다.
이 같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고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등 인터넷 순기능도 많지만 게임 및 인터넷 중독·채팅·엽기사이트 등으로 인한 인터넷 역기능은 청소년에게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즉 사이버 문화의 주도 세력인 청소년층이 단순한 피해자이기보다는 최근에는 가해자로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 윤리교육이 정기적·체계적·단계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정보 제공자의 사회적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청소년이 사이버상 여러 문제를 야기하게 된 발달적·사회적 배경에 대해 심각히 탐구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는 발달적으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다. 자아 정체감은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해줄 때 잘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정서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기보다는 어른이 설정한 목표를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때에 무엇보다도 인터넷은 청소년의 마음을 풀 수 있는 상호 작용자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사이버 문화의 부정적 효과를 탓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부모 세대와 청소년이 함께 사이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리니지 게임을 하면서 아버지는 아들의 세계를,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청소년의 정보통신 윤리 강화를 위해 인터넷 관련 법적 규정을 익히도록 안내하는 일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나 개인 정보 침해, 음란물 배포 등이 법에 얼마나 어긋나며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인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정보통신 윤리 관련 법 조항은 크게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청소년보호법 등에 극히 일부 조항으로 들어가 있어 그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이로 인해 법률에 저촉된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에 발맞춰 정보통신 윤리에 관한 법률을 독립적이며 체계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보통신사업자의 인터넷 윤리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업의 이윤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있어야 기업이나 개인도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기업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즉 청소년이 좋아하는 게임이 파괴 중심적이고 본능을 만족시키는 경향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적이고 협동적이며 오락적인 성격을 띠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UN에서 출시한 게임 자료를 보면 ‘굶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빨리 구호품을 전달하는가’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경쟁적이고 협동하도록 함으로써 인간존중 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청소년의 인터넷 윤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윤리가 대학 및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과목으로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
올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한국정보처리학회는 공동으로 인터넷윤리를 대학 교재로 편찬해 현재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것은 어릴 때부터 예방적 차원에서 이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며, 교수방법에서도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좋은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는 방법이 유효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인터넷 역기능을 최대한 방지함과 동시에 건강한 인터넷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사이버 명예시민운동을 통해 인터넷 윤리교육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범 한국정보처리학회장 sang107@d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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