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는데 하는 일까지 게임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일이다. 레이싱 게임 마니아이자 아마추어 카레이서인 최형욱씨(35)가 바로 그런 경우다.
가상 현실 전문 업체인 컨텍에서 레이싱휠 거치대를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 곧 게임이고 게임이 곧 일이다. 게임을 하면서 누구의 눈치도 살필 이유가 없다. 일과 취미를 함께 해서 늘 행복한 사람, 최형욱씨를 만나본다.
소니의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용 게임인 ‘그란투리스모’를 즐기는 열혈 마니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바로 최형욱이다. PS2 출시 초기 롯데월드 야외무대서 열린 그란투리스모챌린지 개인전 2등 등 용인과 용산 등지에서 벌어진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고 실제 레이싱 대회에도 출전한 바 있는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이제는 못 당하겠더라고요.”
최씨는 지난 해에는 온게임넷이 주최한 대회에서 16강 진출에 그쳤지만 실력 있는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표정이다.
# ‘그란’ 보고 레이싱 세계 푹 빠져
최형욱씨가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MSX 시절이던 중학교 때. 이런저런 게임을 탐닉하던 그는 마침내 PS와 함께 등장한 ‘그란투리스모’를 접하게 됐고 곧 레이싱게임 마니아의 길로 들어섰다.
게임 때문에 실제 운전도 남들보다 빨리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 ‘마이카시대가 오는 데다 기계공학의 꽃은 자동차’라고 부모를 설득해 중고로 르망펜타5를 구입했다.
“‘그란투리스모 3’가 나올때 쯤 혜화동의 플스방인 ‘2아트’를 무작정 찾았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최씨는 국내 첫 플스방인 2아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그란코리아라는 동호회를 만들기까지 했다.
레이싱게임의 세계에 푹빠져 있던 그는 실제 레이싱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고 지난 2003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벌어진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 GT 챔피언십 신인전에 출전했다.
“10위권을 목표로 했는데 역시 실제 레이싱의 벽은 높더군요. 언젠가 여건이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최형욱씨는 신인전에서 최고 15위를 기록했다. 전문 레이서가 아닌 그가 이정도 성적을 올린 것은 상당한 성과다. 하지만 그는 레이싱을 본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아직 국내 기업들이 레이싱에 관심이 많지 않아 스폰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지난해 게임 관련 직장 얻어
“우리 회사가 가상현실 의자를 만든다는 사실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마침 설계 인력을 찾는 구인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지원했습니다. 사장님이 동호회 활동, 게임대회 입상경력 등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아요.”
지난해 봄 그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레이싱 게임, 그리고 전공인 기계공학과 관련한 직장을 구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가 지금 몸담고 있는 컨텍은 가상현실 기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그는 이곳에서 레이싱휠을 올려놓는 거치대인 ‘레이싱 메이트’를 설계했다.
전까지 그의 부모는 아들이 나이들도록 너무 게임만 붙들고 있다고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전공과 취미를 살린 직장을 얻자 이제는 아들을 인정해준단다.
# 게임도 잘하면 약
“직접 서킷을 돌아보니까 ‘그란투리스모’가 얼마나 실제처럼 만들어진 게임인지 알겠더라고요. 게임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최씨는 게임을 하기 전에는 브레이크를 늦게 그리고 급하게 밟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부터 브레이크를 여유있게 일찍 밟으면서도 교통흐름에 지장없이 안전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게임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독이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씨의 레이싱 게임에 대한 열정은 갈수록 깊어간다. 그는 내년에 ‘그란투리스모 4’에 나오는 코스로 레이스 마니아들이 성지로 여기는 뉘르브르크링 코스를 직접 돌아보고 올 계획이다. 그런 까닭일까. 그는 아직 미혼이다. 최씨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게임을 이해하는 여자친구를 얻었으면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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