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앤앤지 그래픽팀장 임성길

귀신이 등장하는 게임 ‘귀혼’이 화제다. 11월말 오픈베타 예정인 이 게임은 지금까지의 게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귀신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만들어져 벌써부터 게이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게임의 퍼블리싱을 맡은 엠게임도 이 게임을 ‘메이플스토리 대항마’라 소개하며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귀신이 등장하는 독특한 게임 ‘귀혼’의 그래픽을 책임지고 있는 앤앤지의 임성길 그래픽 팀장을 만나본다.

독특한 게임은 역시나 독특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었다. ‘귀혼’의 그래픽을 책임지고 있는 임성길 팀장(30)은 대단한 호러 마니아다. 그는 정품 DVD 180여장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7할이 호러 영화다. 그뿐 아니다. 그의 소장품 목록에는 비디오테입 40여개, 비디오CD 40여개, 피규어 40여개 등이 포함돼 있는데 역시 대부분이 호러를 주제로 한 것이다. 소장품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1000만원에 육박한단다.

# 성적 호기심서 출발

“사실 어렸을 때는 성적코드가 들어있는 호러물들을 많이 봤는데요. 이제는 컬트나 SF적인 요소가 들어간 호러물을 즐겨요.”

임 팀장이 처음 호러물을 접하게 된 것은 단순한 성적 호기심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헬레이저’의 클라이브 바커 등을 존경하는 호러 마니아의 반열에 올라섰다. 임 팀장이 두 감독을 좋아하는 것은 카리스마가 돋보이기 때문이란다.

“원래 회사에서는 기존 ‘비비오’의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귀혼’을 만들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졌죠.”

앤앤지가 2D 횡스크롤게임인 ‘귀혼’을 만들게 된 것은 임 팀장의 호러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숫한 RPG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전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된다고 본 것이다.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그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3D가 대세인 상황에서 2D로 만든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에 경영진들도 손발을 모두 들 수밖에 없었고 자칫하면 사장될 뻔했던 ‘귀혼’이 햇볕을 볼 수 있게 됐다.

# 공부하는 개발자

“‘귀혼’에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아직 한국 맵이 없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 귀신과 관련된 책들이 의외로 많지 않더라구요.”

엠게임의 홍보팀은 임 팀장이 ‘귀혼’을 만들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며 그를 학구파라고 소개했다. 실제 임 팀장은 ‘귀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판타지 라이브러리’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의 귀신과 관련된 책들은 닥치는대로 사다 보기 시작했다. 구할 수 없는 책은 출장가는 직원들에게 부탁해 현지에서 공수해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귀혼’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몬스터들이 그럴듯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귀혼’은 공들여 만든 만큼 게이머들한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언제쯤 게임을 볼 수 있느냐는 성급한 게이머들의 게시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임팀장은 RPG는 보통 TCP 방식을 이용하는데 ‘귀혼’은 이와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해 타격감은 가히 최고라고 자신했다.

임 팀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앤앤지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귀혼’에 올인했다며 앞으로도 당분간의 계획은 ‘귀혼’ 뿐이므로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 ‘원더보이2’ 보고 개발자 꿈꿔

임 팀장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렇듯이 7살이라는 어린나이때부터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는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면 존재조차도 알기 힘든 반다이의 플레이디아 등 휘귀 게임기까지 갖고 있을 정도다. 지금도 PS, PS2, 세가새턴, 드림캐스트, 게임보이, 닌텐도DS, X박스 등의 게임기를 가지고 있단다.

“‘원더보이2’를 좋아했는데 자다가 꿈속에서도 즐길 정도였거든요.”

그는 중학교 때 ‘원더보이2’를 접하고 처음으로 게임 개발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게임의 장르가 슈팅 아니면 액션이 전부였는데 이 게임은 처음으로 RPG적인 특성을 보여준 대단한 게임이었단다.

개발자가 되리라 마음먹은 임 팀장은 서울미술고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했다. 당시 이렇다할 게임 전문기관이 없었던 상황이어서 그는 청계천, 중국대사관 등을 돌아다니며 외국의 서적을 사모으고 무작정 따라 그리며 독학했다. 하도 외국 서적을 사모으다 보니 보따리 장사하고도 친분을 쌓을 정도였다고 한다.

임 팀장은 20살이 되면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들고 무작정 게임잡지사를 찾아 일러스트를 하고 싶다고 했고 이후 여러 매체에 일러스트, 표지, 게임 만화 등을 담당하며 팬래터까지 받을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서울미술고 졸업후 대학을 잠깐 다니다 중간에 포기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단다. 간판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게임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으로 뭉친 임 팀장이 앞으로 어떤 큰 일을 벌일지 주목할 일이다.

<황도연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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