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경영이나 마케팅 컨설팅을 수행할 때 고객사(Client)를 둘러싸고 있는 내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난 후, 꼭 실시하는 것이 있다. 조직문화를 진단하는 것이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를 구분하는 잣대 중의 하나는 조직문화의 차이다. 그 차이의 최대 요소는 임원들이 직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려고 하느냐는 자세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IT기술(KMS, Intranet 등)이 발달하여 직원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조직 내부에 전파되기는 쉽지만, 그래도 상호 얼굴을 맞대어 대화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영향력은 훨씬 떨어진다. 본문에서는 직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타운미팅(Town Meeting)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_백상민 / CEO리포트 경영사례분석가
1. 직원의 목소리는 왜 중요한가?
조직 발전을 위한 무수한 이론들이 범람했으며, 먼 미래에도 계속 발표될 것이다. 그런데 주위의 눈을 돌려보면, 지난 2년∼3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이론이나 관련 책들을 보면 사람(종업원, 직원)에 중심을 둔 것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모 기업(들)의 CEO가 주장하는 10%의 우수 인력이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말이 있지만, 나머지 90%도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0%의 목소리만 들어서는 지속적으로 조직을 유지해 나갈 수는 없다. 다른 90%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다른 90% 사람 때문에 10%의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가장 잘 이해하는 계층은 궁극적으로 최일선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그들은 조직의 문제점을 잘 안다. 문제는 그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위`에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KMS나 인트라넷(Intranet)을 구축했기 때문에 종업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 임원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직원들은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IP를 추적하면 누가 무슨 얘기(쓴소리)를 했는지 위에서 알기 때문이다. 같은 목소리(쓴소리)를 내면 괜찮은데, 괜히 얘기해서 소위 찍힐 수 있기에 허심탄회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간계층(부서장, 차장급)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판단-직원들의 업무 태도나 회식에서 그들의 정신 세계를 유추-으로 종업원들의 생각을 정리해 고위층에 보고하기 때문에 많은 오류가 발생될 수 있다. 목소리는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사업 기획을 하든, 문제점 개선을 하든 정확한 목소리를 수렴해서 향후의 것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직원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솔직히 답은 없다. 아무리 우수한 기법이 있더라도 정확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원들이 가슴을 열었다고 해도 직원들이 가슴을 활짝 열지는 않는다. "얘기하면 뭐하나", "괜히 불란을 일으키기 싫다"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자의 경우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GE에서 사용한 타운미팅(Town Meeting)이다.
2. 타운미팅이란?
타운미팅이라는 말은 본래 식민지 시대 뉴잉글랜드의 통치 시스템에서 나왔다. 뉴잉글랜드에서는 마을사람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고 마을의 법과 절차, 정책들에 대한 결정을 내리곤 했다고 한다.
조직원들이 작업장이나 사무실에서 벗어나 업무나 직위 여하를 막론하고 자유스럽고 거친 분위기에서 공통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타운미팅의 목적은 다음 3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① 개인이 제시한 아이디어(혹은 개선방안)가 "즉시 실행"으로 연결되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선방안에 필요성 및 공감대를 형성
②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개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자율경영)
③ 조직 전체적인 혁신 분위기 확산하고 리더십을 발휘
타운미팅은 중간계층에 있는 사람들보다 CEO가 미팅을 주선하고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CEO의 눈치를 보는 중간계층이 있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빠져주는 것이 좋다. 최일선의 직원과 CEO만이 어울리는 것이 좋다. 물론 여러 목소리를 정리하는 담당자(기획실장급)가 배석하면 도움이 된다.
한편, 타운미팅은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문양성과정을 거친 회의 진행자를 활용하고, 토론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모두 알고있는 문제부터 개선, 즉 문제점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해결되지 못한 사항들을 토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CEO(기획실장급)는 사전에 현안 과제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토론을 통해 제시된 사항에 대해 즉시 가부를 결정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절대로 `담당자와 상의해서 추후 통보하겠다`라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선 담당자를 지정하여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3. GE의 워크아웃 타운미팅
타운미팅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처음 시작하였다. GE의 타운미팅은 조직의 여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워크아웃(최근에는 부실기업 퇴출 작업, 기업가치 회생작업 등의 여러 의미로 쓰이나 본 의미는 `불필요한 일을 밖으로 내보낸다`라는 뜻이다)을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직위에 관계없이 조직과 업무상 과제들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작업장이나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유스럽고 거친 분위기에서 공통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어떤 면에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즉, 동일한 상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비슷한 고객과 일을 하거나 같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서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다양한 계층들을 대표한다.
타운미팅 전에 참가자들은 하루나 이틀 동안 소그룹으로 모여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거나 향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이러한 아이디어에는 보고서 없애기, 불필요한 회의 제거나 효과적인 회의 진행, 승인 프로세스의 제거나 효율화, 정책변경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조치들이 포함될 수도 있고, 업무절차의 재설계, 새로운 사업의 시작, 고객 서비스 방식의 변화와 같은 더 깊고 복잡한 변화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일단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타운미팅이 시작된다. 타운미팅은 참가자 전체가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벽 없는 의사결정의 장이다.
타운미팅이 시작되면 먼저 책임자는 사업을 검토하고 안건을 제시하여 회의를 개회한 다음, 회의장을 떠난다. 참가자들은 소집단으로 나눠서 촉진자의 조력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마지막 날에는 책임자가 회의장으로 되돌아와서 참가자들이 제안한 해결책을 듣는다. 이때 책임자는 세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즉,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채택 또는 기각하거나 좀더 많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YES, NO, More Information). 좀더 많은 정보를 요청한 경우에는, 상사는 팀을 지명하고 언제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최종기한을 정해야 한다.
타운미팅은 공개석상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권한 패턴의 변화를 추구한다. 효과적인 타운미팅에서 비즈니스 리더는 단지 청중 앞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사고판단 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경험한다.
GE의 종업원들은 처음에 터놓고 말하기를 꺼려했으며, 어떤 관리자들은 종업원들에게 문제해결을 허용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회의는 점차 퍼져나갔으며, 자유분방하고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마침내, 이런 프로세스는 점차 비공식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회사 전체로 확산되었다.
지위와 담당기능을 떠나 문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문제 또는 개선기회를 집중적으로 다룬 다음, 누가 제안했는지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결정한다. 모든 회합에서는, 사람들이 주말에 음료대 주위에 모여서 늘어놓았던 모든 불평들을 마침내 공개적으로 논의하였으며 많은 경우에 즉석에서 해결하였다. 이들 회의는 작업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 작업을 가장 잘 알며 작업을 개선하는데 가장 적격이라는 신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GE가 타운미팅(워크아웃)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신뢰 구축, 종업원 활력, 불필요한 작업 제거, 장벽이 철폐된 조직 창출이었다. 이를 위해 5단계를 통한 효율적인 타운미팅을 실시하였다.
① 낮은 성과와 비생산적인 작업관행과의 연결관계를 파악
② 동료 작업자들을 워크아웃 프로세스에 참여
③ 비효율적인 절차와 관행을 검토
④ 기능부서들이 회의에서 제안된 변화조치에 대해 합의에 도달
⑤ 책임자에게 권고사항을 제시하면, 책임자는 이것을 채택 또는 기각하거나 추가 검토를 위한 책임 할당.
운영방식은 먼저 토론주제 선정(책임자는 토론주제 선정 후 토의장을 떠남)하고 문제점을 도출(문제해결 후 기대되는 사항 발표)한 후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도출한다. 그리고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을 하며, 마지막으로 실행(진척도 및 결과 확인)하는 방식을 실시하였다.
4. 방울뱀과 비단뱀
"책임자가 권고안을 실행하기로 동의하였을 때, 권고안마다 이를 책임지고 수행할 챔피언(Champion)을 회의실 내에 있는 사람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 챔피언은 신입사원이든 가장 낮은 계층에 있는 사원이든 상관없다. 권고안을 실행하는 것이 챔피언의 임무이다. 또안 권고안마다 상위계층의 인물을 선정하여 권고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물 제거자(Block-Buster)는 챔피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 호출번호 등 언제든지 직접 접촉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고 장애물이 작업장에서 발생하면, 책임자는 이것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스티븐 커 박사(워크아웃 개발 팀원)
큰 소리를 내는 방울뱀은 바로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만, 비단뱀은 소리없이 나무를 감고 있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근절시키기가 훨씬 어렵다. 이 구분 방법은 관료주의라는 비단뱀에 휘감긴 GE의 당시 상황과 딱 맞아 떨어졌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방울뱀이고, 해결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난제가 비단뱀이었다.
사례 1:사내 신문을 발간하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가 신문 발간을 하기 위해서는 7명의 결재가 필요하였다. 그러나 담당사원이 결재를 올리면 평판이 좋았고 비판이나 지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상까지 받았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책임자는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답하면서 그 후로는 결재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례 2:GE에 20년 이상을 근무한 사원이 자기는 값비싼 기계장치를 조작함으로 언제나 장갑을 착용하는데 한 달에 몇 켤레씩 닳아 없어졌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장갑을 바꿔 낄 때마다 교대 작업조를 부르든가 기계를 정지시켜야만 했고, 다른 건물의 비품실까지 가서 용지를 기입한 후 담당 상사의 결재를 받아 가지고 다시 비품실로 돌아와 용지를 제출해야 새 장갑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하면서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매니저가 그 이유를 알아보니 73년도에 장갑 한 상자를 분실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었다. 책임자는 장갑상자를 작업자 가까이 배치하라고 하였다.
사례 3:구매과에서 용접공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용접기계를 선택한 결과, 작업에 부적절한 기계를 구입한 사례를 한 근로자가 발표하였다. 그 후 기계를 주문하러 갈 때는 용접공과 구매과 직원이 동행하는 것으로 하였다.(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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