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의 새로운 도전에 바란다

 삼성전자가 5년 뒤인 오는 2010년까지 세계 전자업계 ‘톱3’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널리스트 데이’ 행사를 통해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특허경쟁력 제고, 세계 1위 제품 확대 등을 통해 오는 2010년 매출액을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2배 수준인 115조 원으로 끌어올려 세계 IT업계 선두주자인 제너럴일렉트릭(GE)·IB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산술적인 지표 제시에 그치지 않고 현재 8개인 세계 1위 제품을 2010년까지 20개로 확대하고, 8대 성장엔진 사업을 육성해 미래의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실천전략까지 밝혔다.

 포천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면 삼성전자는 세계 전자·IT업체 가운데 6위다. IT업계의 지존인 IBM은 물론이고 HP·히타치·마쓰시타 등 쟁쟁한 기업이 버티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청사진대로 세계 톱3 업체로 도약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경쟁하듯이 담당 분야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각 총괄사장의 목소리에는 요즘 ‘삼성 때리기’와는 사뭇 다른 세계에 또 하나의 삼성이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 기대를 갖게 한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경영능력·기술수준 등 제반 측면에서 세계 최고 대열에 올라섰음을 입증하는 순익 1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이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온 저력을 고려하면 매년 2000여건의 특허 등록과 세계 1위 제품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여기에 8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주어진 시장 여건에 적응하는 형태가 아니라 삼성전자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확대해 나간다면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전자 빅3 기업으로의 도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의지만으로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의욕만을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현재 세계 6위 기업이 빅3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기술 리더십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래 기술을 리드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리 매출 규모 등 외형 면에서 빅3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세계 전자업계와 시장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빅3 진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8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초특급 인재를 양성해 세계 최고 기술을 내놓겠다니 기대해봄 직하다.

 현재 전자산업은 삼성전자의 분석처럼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가격·기술·부가가치·지역이라는 네 가지 벽이 붕괴되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전자산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게 마련이다. 일본·미국도 삼성전자의 발전을 주시하고 있다. 그만큼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시장을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이든 항상 초일류를 꿈꾼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처럼 세계 정상 수준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이러한 잠재력과 저력을 갖춘 곳이 적지 않다. 우리가 삼성전자의 청사진과 전략에 주목하는 것도 다른 기업에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을 늘리고 세계 톱 클래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기업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별된 역량을 갖춰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삼성전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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