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엊그제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혁신역량과 기술력을 갖추고 고속 성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기업의 동태적 성장과정에 따라 필요한 글로벌 마케팅 능력 강화, 연구개발(R&D) 역량 확충, 글로벌 경영능력 제고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에도 신경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중견기업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더욱이 중견기업을 적극적으로 길러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허리’를 견실히 다지겠다는 취지에서도 바람직하다. 국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부품·소재 산업에서 모듈화 생산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등 점차 중견기업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산업기반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종업원 300명 이상을 갖춘 중견기업 비중은 우리나라가 0.4%로 0.9%인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국내 소규모 제조기업이 탄탄한 생산·고용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 조사 결과 지난 94년 말 5만6000개였던 중소 제조기업 가운데 10년 후인 2003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25%인 1만4315곳에 불과했고, 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0.13%인 75곳에 그쳤을 정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기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끼어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부터 마케팅까지 활동 전반에 걸쳐 정부의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 및 세제 혜택까지 받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바로 이런 혜택이 사라진다. 때문에 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유지하려고 분사나 자회사 설립 등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가 세수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중소기업과 같이 중견기업에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이번에 중소·중견기업 글로벌 발전 전략의 하나로 내세운 성장과정에 따른 맞춤형 정책 지원도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에서 중소기업 세제혜택 통폐합 문제를 연구하면서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집중과 선택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수준을 웃도는 자생력을 갖춘 일반 기업의 지원 확대는 재정 분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과거에 중소기업 범주에서 각종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들이 자립할 수준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면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부 중소기업의 주장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이런 지적을 잠재우고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정책을 내놨을 정도로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이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정책적 지원요청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육성 지원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백화점식 정책 수립보다 이제는 그 실효성부터 따져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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