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시장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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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통신업체인 텔레포니카모빌레스가 영국의 이동통신업체 O2를 316억 달러에 인수했다. 31일 (현지시각) 텔레포니카의 케사르 알리에타 회장과 O2의 데이빗 알쿠러스 사장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인수합병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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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의 이통업체 텔레포니카 모빌레스가 30일(현지시각) 영국 이통업체 O2를 전격 인수한 다음날 노르웨이의 텔레노어가 스웨덴 3위 이통업체인 ‘보다폰 스웨덴’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텔레포니카의 O2인수가 유럽 통신업계에 M&A격랑을 몰고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향후 유럽 통신시장의 구도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텔레포니카는 현금 177억파운드(미화 316억달러)에 영국 이동통신업체 O2를 인수하는데 동의했고 텔레노어는 보다폰 스웨덴을 12억달러에 인수했다.

<>본격 M&A 신호탄=스페인 업체가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는 소식은 보다폰과 오렌지, T모바일 등 메이저 통신업체를 자극해 M&A를 통한 덩치키우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텔레포니카 인수가 내년 1월 최종 인수조인식을 갖게 되는 만큼 도이치텔레콤과 KPN이 O2에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해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소문도 나오고 있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투자업계의 큰 손들은 내년도 유럽통신업계에 사상 최대 규모의 M&A장이 설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텔레포니카, 유럽 교두보 확보=텔레포니카는 O2인수로 지난 2000년 이후 유럽 통신업계 최대의 M&A로 성사는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에 국한된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뤘다.

O2는 현재 영국 이통시장에서 2위, 독일에서 3위이며 총 25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케사르 알리에타 텔레포니카 회장은 “유럽 이통시장의 양대 축인 영국과 독일에 입성해 글로벌 통신업체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스페인을 제외한 유럽지역 매출비중이 오는 2008년 23%로 늘고 연간 3억5000만달러의 운영비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텔레포니카는 지난 90년대 이후 중남미의 마이너 통신회사 인수에 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서 지역내 최대 통신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알리에타 회장의 취임 이후 텔레포니카는 유럽시장으로 M&A타겟을 전환했다. 차세대 이통서비스 경쟁에서 이기려면 유럽시장을 놓쳐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들어 체코의 체스키 텔레콤 지분인수에 36억 유로를 투입해 동유럽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텔레포니카는 세계 최대 이통업체 보다폰를 비롯해 오렌지, T모바일 등과 유럽시장을 두고 격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텔레포니카는 지난 2002년에도 독일에 이통 합작사를 설립하려다 포기한 바 있다.  

<>“포화상태에 투자” 비판도=하지만 텔레포니카가 서둘러 O2를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영국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O2인수를 추진했던 KPN, T모바일 등은 시장독점에 대한 정부규제 때문에 사실상 O2 인수가 불가능했는데 “성장궤도에 접어든 남미시장 대신 포화상태인 유럽시장에 316억달러를 투자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다.

인수에 따른 막대한 재정부담도 텔레포니카의 숙제로 남았다. 이런 우려 때문에 M&A발표 당일 O2의 주가는 25%나 폭등한 반면 텔레포니카는 1.8% 하락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