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망 개방 의무를 소홀히한 이동통신 사업자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계기로 무선인터넷 망 개방이 현실화됐다. 지난 2001년 망 개방 논의가 시작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통사 지배력이 절대적인 무선망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외부 포털 사업자들의 참여 폭은 그리 크지 못할 전망이다. 포털들이 가상사설망(MVNO) 사업에 나서지 않는 한 실질적인 참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 망 개방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앞으로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망 개방이 능사는 아니다.”
무선인터넷 업계의 오랜 과제이던 망 개방 논의가 최근 급진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고 있는 상반된 반응이다. 상호 이해 관계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망 개방에 수세적이던 SK텔레콤이 지난 9월 양방향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주소회신용 SMS(콜백URL)를 개방한 데 이어 최근에는 플랫폼 연동 정보까지 외부 포털에 제공하겠다며 공세적 태도로 전환했다. 통신위 또한 지난 24일 망 개방 의무를 소홀히 한 이통사에 강력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겉으로만 보면 지난 2001년 후반, 망 개방 논의가 시작된 이후 제기된 쟁점들이 이제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변화된 환경만 본다면 굳게 닫혀 있던 무선인터넷 망이 활짝 열리게 된 셈이다. 하지만 망 개방의 수준이 진전된 것과는 달리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포털들은 이통사의 무선 포털 조직이나 회계를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 한 공정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아직도 망 개방 구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무선 포털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콘텐츠제공자(CP)들 불만도 크다. 시장 확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포털이 참여하면 결과적으로 CP 몫만 줄어든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논의 초점을 망 개방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무선인터넷 활성화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망 개방도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포털들은 망 개방 수준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공정경쟁 환경이란 이상론에 가깝다. 지금까지 무선 사업을 유지해온 이통사나 CP들의 기득권을 일순간 모두 내놓으라는 주장만으로는 힘을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제는 포털 사업자들도 무선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넓혀 나가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잘나가는 콘텐츠 중심으로만 무선 포털 사업을 전개한다면 이통사 및 CP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망 개방에 대한 원칙론에서 벗어나 세부적인 기술 이슈를 살피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간 망 개방 논의가 지나치게 SK텔레콤과 포털의 양자 간 협상 구도로 진행되다 보니 아직 타 이통사의 기술적 지원을 얻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KTF·LG텔레콤 등은 외부 포털이 다운로드 서버를 구축하거나 임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요구가 지나치게 SK텔레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또 플랫폼 표준화 및 왑(WAP) 호환성 확보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망 개방 논의를 유무선 인터넷과 연계하는 좀더 대승적인 테마로 진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선과 무선 인터넷을 보다 원활히 연동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공정 경쟁의 구도도 한층 성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선에서 장점을 가진 포털과 무선에서 장점을 가진 이통사, CP들이 서로 자유롭게 경쟁하며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새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승정·김태훈기자@전자신문, sjpark·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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